[경상시론]웨어러블 로봇

2024-12-05     경상일보

로봇(Robot)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과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걷기도 하고 말도 하는 기계 장치’, 또는 ‘어떤 작업이나 조작을 자동적으로 하는 기계 장치’를 말한다. 이것들을 통상적으로 전자는 ‘휴머노이드(Humanoid)’, 후자는 ‘자동화 기계’를 지칭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제조용 로봇, 개인서비스용 로봇, 전문서비스용 로봇으로 분류하며, 각 분야에 해당되는 로봇 역시 이용목적에 따라 세분화해 분류하기도 한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간형 로봇과 로봇형 인간의 중간단계라 할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웨어러블 로봇’이란 로봇 액추에이팅 기술 및 센싱 기술이 적용된 기구부가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인간의 근력을 보조하거나 증강하는 로봇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 근력보조란 노약자 장애인 등 일상생활을 수행함에 있어서 근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즉, 사람의 외골격계에 직접 장착되어 사람의 의지를 파악해 작동하는 일종의 외골격(Exoskeleton) 기계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MRC 인지 및 뇌과학부 연구팀은 별도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웨어러블 로봇 ‘세 번째 엄지손가락’(Third Thumbs)을 실험한 결과를 2024년 5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발표했다. 세 번째 엄지손가락은 2021년 MRC 소속 수석 디자이너 대니 클로드가 공개한 웨어러블 로봇이다. 한쪽 팔만으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절단 장애인을 위해 고안됐으며 손날에 의수처럼 부착해 사용하는 것으로, 이름처럼 또 다른 엄지손가락(사실은 새끼손가락 다음의 여섯 번째 손가락)이 된다.

공개 당시의 동영상은 단순히 한 손으로 물건을 더 많이 잡는 것 외에, 한손으로 바늘을 잡고 실을 꿰거나, 한 손으로 못을 고정하고 망치질하고 물감과 붓을 한 손에 잡거나, 한 손으로 바나나 껍질을 벗기는 등 정교한 작업도 가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웨어러블 로봇은 의외로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다. 손목에 시계처럼 착용하고, 무선 압력 센서를 착용한 발로 당기기, 강도 등을 조절한다. 오른발을 빠르게 누르면 손가락은 손바닥 쪽으로 당겨지고, 왼발에 압력을 가하면 손가락이 위쪽으로 움직인다. 발을 세게 누르면 움켜쥐는 강도도 강해진다.

연구팀은 시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22년 5일 동안 3~96세의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국적의 참가자 596명을 대상으로 세 번째 엄지손가락을 테스트했다. 참가자 98%가 이 기기를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단 13명만이 조작에 실패했으며, 이들 가운데 6명이 10세 미만으로 인지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실패했다. 특히 4명은 손에 기기가 맞지 않거나 몸무게가 너무 작게 나가서 압력센서가 작동하지 않아서 실패했다. 이 실험은 80년 초에 유행한 만화 애니메이션 ‘형사 가제트’의 주인공이 만능팔을 뽑아 자유자재로 쓰는 것처럼, 인간이 신체 일부를 추가로 장착했을 때 뇌가 여기에 적응해 조작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이었다.

공상과학 작가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은 1959년 소설 ‘스타십 트루퍼스’에서 군인들이 신체 능력을 극대화한 장비를 착용하고 싸우는 광경을 묘사했다. 이후 웨어러블 로봇을 실제로 구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으며 록히드마틴사에 의해 본격화되어 최대 90㎏ 무게를 짊어지고 시속 16㎞ 속도로 달릴 수 있는 군사용 외골격 로봇 기술 장비를 내놓아 주목받기 시작했다. 원자력 발전,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그리고 초음파 등과 같은 기술처럼 웨어러블 로봇도 우리의 일상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현재도 인구의 30%에 이르는 약 1600여만 명이 교통 약자로 분류되고, 이 가운데 약 1100만 여명이 고령자다. 버스 계단을 오르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노인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최근 보행이 불편한 환자 재활 용도로 개발한 로봇을 노인용으로 최적화해 출시되면서 웨어러블 로봇이 초고령 사회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일상 필수품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제는 노인이나 신체 약자들을 위해 무릎 연골 등을 재생해 노년층 거동을 개선한다는 줄기세포 기술보다 웨어러블 로봇에게 그 자리를 양보할 수도 있다. 노년층이 허리와 허벅지에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영남알프스를 오르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