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박물관 기증유물 들여다보기]사소함이 모여 역사가 된다
2024-12-05 차형석 기자
기증자 강경준씨는 방어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방어동 시외버스정류장 인근과 북구 신천동에서 60여 년간 ‘우성양복점’과 ‘청우복장’을 운영했다. 그는 젊었을 때부터 사진 찍는 취미가 있어 방어진과 대왕암 일대의 사진을 종종 찍었다. 기증된 사진 중에는 예전에 운영하던 양복점의 모습을 찍은 것도 몇 장 있었는데, 넥타이를 매고 양복지를 재단하는 기증자의 세련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후 지난해에는 아내인 권상금씨가 추가로 자료를 기증했다. 기증자의 건강 관계상 가게를 운영하기 어렵게 돼 양복점을 정리하면서 오래된 재봉용품 일괄을 소장품과 함께 기증한 것이다.
수십 년간 써 온 손때 묻은 바늘꽂이와 재단용 자, 재봉틀은 일상에 충실하며 성실한 삶을 살아온 부부의 한평생을 보여 준다. 강경준씨가 1950년대 방어진 동부국민학교(현 화진초등학교)에 다니며 받은 각종 상장 10여 점도 함께 박물관에 기증됐다.
두 번에 걸쳐 기증받은 72점의 자료는 ‘유물’이라 불리기에는 부족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소해 보이는 물건이라 할지라도 수십 년에 걸쳐 모인 자료가 일괄로 기증되면 한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증명하는 역사가 된다. 수십 년, 수백 년 후의 미래까지도 내다보고 유물을 수집하는 것이 박물관의 역할인 만큼 가치 있는 근현대 자료의 수집은 필수불가결하다.
자료를 기증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리며, 이 자료들이 오래도록 박물관에 소장돼 먼 훗날 빛나는 삶의 흔적을 살필 수 있는 유물로 남기를 바란다.
윤근영 울산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