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티즘(자폐성장애) 어린이의 특별한 세상으로 초대합니다

2024-12-05     권지혜 기자
“인준이의 돌잔치에 초대합니다. 인준이가 바라본 섬세하고 재밌는 세상을 만나보세요.”

울산 남구 달동에 위치한 갤러리큐에서 지난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정인준(7) 군의 첫번째 개인전 ‘Sweet Train’이 열리고 있다.

4일 찾은 갤러리큐에서 그림에 색을 칠하며 작품에 몰두하고 있는 정군을 만날 수 있었다. 정군의 부모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전시장에는 가족, 기차, 로봇, 아파트 등 정군의 관심사가 담긴 작품 60여 점과 정군의 작업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전시돼 있었다. 정군의 그림을 넣어 제작한 책과 에코백 등도 보였다.

정군의 부모는 “‘Sweet Train’이라는 작품을 보면 증기기관차 안에 선물도 있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반가워한다”며 “사람들한테 즐거움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크리스마스와 닮았다고 생각해 작품명을 ‘Sweet Train’이라고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전시를 찾은 송주웅 작가는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그리는 걸 보면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것 같다. 이 나이대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지 작품을 보는 내내 놀랐다. 작품에 여러 이야기가 들어 있다”며 “인준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전시를 열어준 부모님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키 120㎝, 몸무게 20㎏으로 또래보다 작은 체구의 정군은 울주군 범서읍에 있는 척과초 1학년에 재학 중이다. 태어난지 6개월만에 간암 판정을 받았으며 18개월 때 자폐 증상이 나타났다.

정군의 부모는 “아빠랑 할머니 핸드폰도 구별하고 가구(스타일러) 알람이 울리면 엄마를 부르는 등 어렸을 때는 천재라고 불렀다”며 “어느날 인준이를 불렀는데 대답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때의 싸늘함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가 시작이었다”고 덤덤하게 상황을 설명했다.

정군의 아버지는 석유화학 회사 연구원으로, 어머니는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위로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누나 1명이 있다. 외할아버지는 서예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간 이식 수술로 돌잔치를 하지 못했던 정군을 위해 부모가 돌잔치로 마련한 자리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부모는 정군의 그림 그리는 재능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먼저 갤러리큐에 연락했다.

부모는 “인준이는 한글과 영어를 혼자 깨우쳤다. 아무 것도 가르치치 않았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본 것들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거실에 놓여있던 드로잉 작품을 보고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로잉은 5분이면 끝나지만 색칠하는데 오래 걸린다. 본인의 관심도와 컨디션에 따라 작업시간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으로는 ‘새벽에’와 ‘짠! 나왔어요’를 꼽았다.

부모는 “새벽에라는 작품을 보면 괴물 안에 사람이 갇혀 있는데 그게 인준이 같았다. 반면 짠! 나왔어요 그림에서는 사람이 나와 있다”며 “우리가 인준이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해도 인준이가 나올 순 있지 않나. 인준이와 즐겁게 대화를 하며 재미있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부모는 울산의 발달장애 작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울산시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군처럼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아이에 대해 인정하고 지금을 충실히 살아갔으면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끝으로 정인준군의 부모는 “아이가 한 단계 올라왔구나라는 생각에 감격스럽다”며 “인준이가 계속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 책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