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사각지대 어쩌나

소방법 개정 전 고층 아파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없어
울산 300곳 이상 화재 위험
초기진화·예방책 마련 절실

2020-04-09     김현주
화재로 인해 9살과 18살 난 형제가 사망했던 울산 동구 전하동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 진화가 안돼 참극으로 이어졌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노후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불상사는 계속돼 실질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소방방재청이 기존 소방법을 폐기하고 안전기준이 강화된 소방기본법을 신설하면서, 1992년에는 16층 이상 아파트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됐고, 2005년부터는 11층 이상 아파트로 대상이 확대됐다.

그러나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1997년 지어졌다. 당시 소방법에는 16층 이상 아파트에만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돼 있었다. 이 아파트는 15층까지 밖에 없어 5개동 498가구 전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거기다 2005년 이전에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새로운 법이 소급되지 않는다.

울산에는 2005년 소방법이 개정되기 전에 지어진 아파트가 1031곳이나 된다. 1992년 소방법 개정 직전에 지어진 아파트는 347곳이다.

특히 1992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의 경우 남구의 최대 층수가 24층인 A아파트를 제외하곤 대부분 층수가 7~15층 사이다. 즉 346곳 전부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아파트란 뜻이다.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닌 노후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매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소방당국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도 문제지만 아파트에 배관이 없을 경우 배관을 따로 설치해야 되지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방 관계자는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에 스프링클러 배관을 새로 설치하려면 인테리어를 다 뜯어내고 시공을 해야 한다. 사실상 불가능한데다 설령 설치를 하라고 법이 바뀐다 해도 주민 반대가 심해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후 고층아파트에서 화재가 잦고 화재가 참사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 외부에 소방시설을 추가 설치하거나 소방 인력 증원 등 화재 예방과 초기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