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탄핵정국’에 무너지는 서민·중산층, 민생 보듬어야

2024-12-09     경상일보

정치권이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치달으면서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자산시장에선 환율급등(약세), 외국인 자금이탈 등의 충격파가 여전하고, 고금리와 가계부채 급증, 내수부진 등으로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다.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은 내년도 한국경제 성장률을 속속 낮추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강달러와 높은 장기 금리, 관세 불확실성 등의 역풍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진단했다.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도 ‘비중 축소(매도)’로 하향 조정해 ‘불신감’을 드러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를 1.7%로 0.5%p 낮췄다. 수출 둔화에 고용 환경 악화, 자산시장 불안정 등이 소비 회복세를 제한해 잠재성장률(2%)을 하회할 정도로 성장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도 한국경제에 큰 우환 거리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와 보편적 관세 부과 등 ‘관세전쟁’은 한국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대미 울산 경제도 수출 타격과 생산, 고용 위축 등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이렇듯 위기의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데도, 정부와 정치권의 정책 대응은 ‘희망’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기업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꺼리고 있고 소비자들은 씀씀이를 줄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민과 중산층의 생계기반인 골목상권은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경제는 정치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정치는 경제와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거머쥔 야권은 세계최고 수준의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부자감세 끝판왕’으로 몰아가고,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기업의 지배주주의 경영권을 제약하는 상법 개정안 등은 반(反)시장법으로 기업과 시장을 옥죄고 있다.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위기는 기회가 결코 아니다. 되레 더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더 크다. 서민 경제가 더 이상 피폐해 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내수를 진작하고,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정치권은 정쟁을 하루빨리 끝내 경제와 민생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