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경제에 생채기만 남긴 ‘비상계엄’
비상계엄에 이은 탄핵 정국 장기화로 국내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계엄 직후 국회의 발 빠른 대처로 환율과 주식시장이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탄핵 불발로 다시 격랑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탄핵정국 장기화로 국내 경기가 잔뜩 얼어붙었다.
9일 코스피는 1년1개월 만에, 코스닥은 4년7개월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1200개가 넘는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철강·금속, 건설, 화학, 전기·전자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줄하락했다. 환율도 2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을 위시로 국내 경제가 요동치면서 조선, 석유·화학, 자동차, 비철금속 등 대내외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를 주력산업으로 하는 울산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진 않을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시장 안정화에 나선다고 밝혔지만, 우려를 사그라뜨릴 수 있을지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정국 불안정이 장기화한다면 대기업 역시 설비 투자와 신사업 개발을 연기하거나 축소할 수 있어 울산은 물론 국가의 중장기 성장 동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10곳 중 7곳은 내년 신규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내외 경영 여건 악화 영향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내년도 투자 계획을 수립한 기업 가운데 3분의 1은 한 해 전보다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대기업 중심의 국내 경제 구조상 대기업의 이같은 투자 위축은 글로벌 교역 위축과 공급 불안을 가중할 수 있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중소기업을 이어진다.
불안한 국내 정세로 ‘연말 특수’가 사라지면서 소비 위축도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기업들은 회식을 줄이고, 시민들은 연말 모임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연말을 맞은 상점가에는 눈에 띄게 사람이 줄었고, 음식점과 술집은 손님이 뚝 끊겼다.
어려운 이들에게 겨울은 더 혹독하다. 불확실성에 더 크게 악영향을 받는 것은 경제의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다. 이들은 국가 경제의 근간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회복 탄력성을 바탕으로 하루빨리 안정을 찾길 바란다.
서정혜 정치경제부 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