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영역 침범한 AI에 대한 통찰 눈길

2024-12-10     차형석 기자

한 해를 갈무리 하는 시기에 울산지역 시인과 동화작가 등이 시집, 동인지, 장편동화 등을 잇따라 출간하고 있다. 특히 동인지에서는 인공지능(AI)이 문학의 영역에까지 침범하고 있는 것에 대한 통찰과 실험적인 시도가 눈에 띈다.

울산지역

◇수요시포럼, 제21집 동인지 펴내

울산지역 시인들이 모여 결성한 수요시포럼이 제21집 동인지 <노을에서 꺼낸 바게트>(파란·173쪽)를 발간했다.

이 동인지는 김성춘, 권영해, 권기만, 정창준, 이원복, 장선희, 박수일, 정월향 시인 등 수요시포럼 동인 8명의 시와 산문, 그리고 ‘특집 1 AI의 어깨에서 보다’ ‘특집 2 등단 50주년 김성춘 시인 자선 대표시’ 10편이 실려 있다.

‘특집 1 AI의 어깨에서 보다’에는 AI의 딥러닝을 통해 생성된 시와 이미지를 싣고 있다.

예를 들어 김성춘 시인의 대표 시인 ‘달’을 AI에게 “오규원 시인의 시풍으로 바꿔 달라”고 입력한 후 나온 결과물을 그대로 게재하는 식이다.

수요시포럼은 이 특집을 마련하면서 “이제는 인간만의 것이라고 생각했던 공포와 희망, 망설임, 사랑의 영역까지도 AI가 흉내 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을 가진다. 예술의 영역은 어디까지 침범당할 것인가. 수요시포럼의 작은 실험은 세상이란 연못에 던지는 조약돌과 같은 질문이다”라고 했다.

수요시포럼은 2002년 대표 동인인 김성춘 시인 등 주로 울산 지역의 시인들이 모여 결성한 현대시 동인이다. 2004년 1집 <바다에는 두통이 있다> 발간 이후, 2집 <대릉원에는 고래가 산다>, 20집 <쪼개진 빨강> 등 매해 동인지를 통해 색다른 기획과 동인마다 개성 있는 시 세계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문모근

◇문모근 시집 <배내골 편지>

울산에서 활동중인 문모근 시인이 9번째 시집 <배내골 편지>(문학공원·131쪽)를 펴냈다.

이 시집은 1부 ‘배내골 편지’, 2부 ‘당신이 있는 길을 걷고 싶다’, 3부 ‘당신은 꽃입니다’, 4부 ‘바다도 슬피운다’, 5부 ‘새의 발걸음에서 배우다’로 나뉘어 총 76편의 시가 실렸다.

문 시인은 ‘배내골 편지·20’ 에서 “배내골에 별이 떨어지면 가슴으로 받아 내는 사람이 있습니다…모처럼 환한 미소에 곧추선 풀잎이 파르르 떨고 구성진 사람들의 노랫말 속 그리움은 멈추지 않습니다”라고 표현했다.

김순진 문학평론가는 문 시인의 문학 세계에 대해 “문모근 시인은 사물의 마음을 읽어내는 현자였다. 어떤 사물을 사랑할 때 단순히 한 가지의 장점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의 주변환경과 그 삶의 이면, 즉 아픔의 공간까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라고 평했다.

강원도 홍천에서 태어난 문 시인은 군 복무를 마치고 울산으로 내려와 지금까지 40여년간 살고 있다. 1992년 월간 ‘시와 시인’으로 등단한 그는 천상병귀천문학상과 울산문학상, 무룡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사랑, 자유, 삶 그리고 나> <가슴에 기대고픈 사람이 어디 없으랴> <새벽비> <호계동사람들> 등이 있다.
 

최미정

◇최미정 장편동화 <별하약방>

울산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최미정 작가가 장편동화 <별하약방>(보림출판사·152쪽)을 출간했다.

<별하약방>은 개항기를 배경으로 백정의 아들 동구가 새로운 세상에서 겪는 성장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구는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며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이끄는 힘을 보여준다.

경남 함양 출신의 최 작가는 2013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바퀴벌레 등딱지> <꼴찌 아파트> <정답 보는 안경> 등의 작품을 통해 아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온 그는 2022년과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역사 동화 작품으로 잇따라 선정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최미정 작가는 지난 7일 부천아트센터 소공연장에서 열린 ‘제6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화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목일신아동문학상안 독립운동가이자 아동문학가인 목일신 작가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최 작가는 “어려운 시기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조상들의 지혜와 용기를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등 이 책은 독자들에게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며 “꿈을 품은 모두에게 따뜻한 햇살 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