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울산, 정원도시로 다시 태어난다]아날로그 정원에 AI·콘텐츠 덧입히자 관광객 발길 이어져

2024-12-10     석현주 기자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개최를 계기로 순천만국가정원은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내내 관광객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가을이면 갈대군락과 단풍행렬 덕분에 이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연일 밀려드는 손님맞이에 더욱 분주해진다. 순천만과 국가정원 주변 식당가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장면은 이제 대수롭지 않다. 전국에서 몰려들고 있는 웃장국밥거리도 재료소진 팻말이 내걸리는 진풍경이 펼쳐지는 것도 다반사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달 기준 순천만국가정원 연간 누적 입장객이 400만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입장료와 체험시설 등 수입은 110억원을 웃돌았고, ‘우주인도 놀러 오는 순천’을 주제로 새롭게 변모한 국가 정원에는 평일 1만~2만명, 휴일에는 4만~5만명이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원박람회 폐막 이후 새 단장을 거쳐 지난 4월 재개장한 뒤 8개월 만의 실적이다. 아날로그 정원에 도시의 전략산업인 AI와 문화콘텐츠를 덧입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정원을 만들어 정원도시에서 정원문화도시로 새롭게 비상중인 순천만국가정원을 소개한다.

◇주민 참여로 조성·모두가 주인인 정원

지난해 개최된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성공적인 국제행사였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축제가 열린 7개월동안 981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순천을 찾았다. 단순히 방문객 수만으로 이뤄진 평가는 아니다. 정원박람회를 치르기 위한 과감한 결정이 필요했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랜 시간 함께 준비한 공이 컸다. 생태와 정원을 기반으로 높아진 정주 여건이 이젠 시민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과 연계해 도심 전체를 정원화 하는데 집중했다. 순천만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를 위해 순천만 전봇대 282개를 뽑고, 홍수 조절 기능을 하던 저류지를 오천그린광장으로 바꾸고, 아스팔트 도로를 막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그린아일랜드로 탈바꿈 시켰다.

그 결과 자동차가 달리던 4차선 도로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노는 푸른 놀이터가 됐고, 재해 시에만 드물게 활용되던 저류지 공간은 시민 모두를 위한 열린 광장이 됐다. 정원박람회는 끝났지만 그 유산은 시민 품에 고스란히 남은 것이다.

이재성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총무기획팀장은 “현명한 리더의 상상력과 순천시 공무원의 지혜, 그리고 수준 높은 순천시민의 협조 등 삼합이 잘 어우러진 덕분에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면서 “두 번의 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정원에 대한 순천시민들의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순천만과 연계 도심 전체 정원화 집중

전남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에 자리한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 습지 중 하나로, 연안 습지 중 최초로 ‘람사르 협약’에 등록됐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외부 관광객과 팽창하는 도심으로부터 순천만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된 공간이다. 201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조성된 국가정원은 10년 넘게 순천만습지를 지키는 에코벨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가정원을 조성하면서 순천시는 기반시설을 순천 도심쪽으로 이전했고, 그 결과 기반시설과 순천만을 연결하는 교통수간이 필요하게 됐다. 순천만에서 국가 정원을 오가는 경전철(PRT·Personal Rapid Transit) ‘스카이큐브’를 그 교통수단으로 채택했고, 순천만 주변 주차문제까지 해결했다. 순천만과 순천만국가정원간 4.2㎞ 구간을 잇는 스카이큐브는 도시철도법이 아닌 궤도운송법의 적용을 받는 수단이므로 대중교통은 아니다. 궤도운송법의 영향을 받아 최고속도는 40㎞/h 고정돼 운행된다.

◇정원·생태·문화가 빚어낸 도시 혁신

다양한 테마의 문화콘텐츠로 풍성하게 리뉴얼된 국가정원은 여전히 식지 않은 박람회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박람회 폐막 이후 새 단장을 위해 5개월간 휴장 기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누적 관람객수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단순히 정원을 조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도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초석을 다진 영향이다.

올해 새로 태어난 국가정원은 아날로그 정원의 매력은 더욱 풍성하게 살리면서, 문화콘텐츠와 첨단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즐기는 재미까지 더했다. ‘우주인도 놀러오는 순천’이라는 주제에서 말해주듯 각종 AI와 캐릭터가 정원 곳곳에 녹여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국가정원의 랜드마크였던 꿈의다리의 전면적인 리뉴얼이다. 14만명 어린이들의 꿈이 담겨 있던 꿈의다리는 이제 국가정원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우주인이 착륙한 다리인 ‘스페이스 브릿지’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우주(UFO), 물, 원시의 순천만습지라는 생명에너지를 미디어로 담아 국가정원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노을정원 일원에 조성된 ‘두다하우스’ 역시 인공지능을 활용해 캐릭터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 어린이 관람객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박람회 기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시크릿가든은 4D 콘텐츠 체험관을 즐길 수 있는 ‘시크릿 어드벤처’로 리뉴얼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방수진 순천시 정원운영과장은 “앞으로는 순천의 고유한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면서도, AI나 애니메이션 등 문화콘텐츠 산업을 촘촘하게 연결해 ‘정원문화도시’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 순천=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