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애인 목욕탕, 장애도 서러운데 시설 노후까지
울산 중구의 유일한 장애인 전용 목욕탕이 낡을대로 낡아 장애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이마저 없어지면 갈 곳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당국에 적극적인 시설 개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사회의 최약자들인만큼 울산시민들과 당국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구의 유일한 장애인 목욕탕인 한샘탕은 지어진 지 벌써 30년이 지났다. 다른 목욕탕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한샘탕은 자원 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데, 어려움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중구청은 지난 5~6일 내년부터 오는 2026년까지 중구 내 장애인 전용 목욕탕 사업을 운영할 수탁기관 모집을 실시했다. 결과 올해 운영을 맡았던 북구 다사랑복지재단이 유일하게 재운영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그동안 장애인 전용 목욕탕 사업을 시행하면서 장애인들과 정이 많이 들었고, 자원봉사자들 또한 한 번 더 운영해보겠다는 뜻을 밝혀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구의 장애인 목욕탕은 운영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었다. 난데없이 코로나19가 덮치면서 울산에서 유명세를 떨치던 장애인 목욕탕이 문을 닫았다.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장애인들은 목욕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복지재단도 손을 놓았다. 그러던 중 중구청이 지난해 9월 병영동의 한샘탕을 장애인 전용 목욕탕으로 지정하고 3년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한샘탕은 매주 수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중구 관내에 등록된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비누와 샴푸, 목욕의자 등의 비품도 비치돼 있다. 다사랑복지재단은 오전에 여탕 4명, 남탕 4명, 오후에 여탕 4명, 남탕 4명 등으로 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한샘탕에는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총 3324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 평균 332명이 이 목욕탕을 찾은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 전용 목욕탕은 이용자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운영상의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우선 이 목욕탕은 10명이 방문하든, 20명이 방문하든 지원금이 한 달에 70만원가량 밖에 되지 않는다. 장애인이 목욕을 하다 미끄러지거나 다칠 경우 재단과 목욕탕 측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보통 사람들도 대중목욕탕에 들어가면 사고를 당하기 쉬운데 장애인들은 오죽 하겠느냐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애인들은 보조 인력이 없으면 목욕 행위 조차도 힘든 경우가 많다. 자원 봉사자들에 대한 격려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