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기술, 제도, 사람의 3중 방호벽

2024-12-12     경상일보

11월 말 수도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지붕이 주저앉고, 도로에선 53중 추돌 사고가 발생하는 등 많은 인명·재산피해가 발생했다. 한국동서발전 사업소가 위치한 당진, 음성에서도 많은 폭설이 내려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다. 유난히 길었던 올여름 더위가 무색하게 이번 겨울에 역대급 한파가 예상되면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월15일부터 내년 3월15일까지를 ‘겨울철 자연재난 대책기간’으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산업통상부도 여름철과 겨울철 전력피크기간 동안을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전력수급을 집중관리한다. 올 8월에는 역대 최대전력(94.5GW, 2022.12)을 3차례나 경신하며 최대전력 97.1GW를 기록했다. 많은 국민들이 체감했듯이 전례 없는 길고 더운 여름이 원인이었다.

유례없는 폭염에도 전력공급은 안정적이었다. 전력피크기간에 공급예비력을 10% 내외로 유지한 덕분이다. 공급예비력은 전국 발전소의 전력 공급능력에서 최대 전력수요를 뺀 값으로 수요를 초과하여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여유능력을 말한다. 예비력이 5.5GW 이하로 내려가면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령되는데, 마지막 발령이 2013년 8월이다. 전력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한 만큼 공급능력도 확대된 데다 2011년 대규모 블랙아웃 이후, 비상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한국동서발전도 올여름 안정적 전력공급에 크게 기여했다. 울산발전본부를 비롯한 당진·동해·일산, 신재생설비별 현안사항들을 사전에 파악하고 전사적인 집중관리를 예방적으로 실시했다. 사내 기술전문원이 직원 현장교육을 143차례 시행하고, 발전설비 비상상황에 대한 모의훈련을 통해 고장상황 대처를 몸에 익혔다. 철저한 사전준비 덕에 석탄발전소를 운영하는 공기업 5개사 중 가장 낮은 고장정지율인 0.002%를 기록하며 가장 안정적으로 설비를 운영했다.

올해 겨울에도 지난 12월9일부터 내년 2월21일까지 75일간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운영한다. 한파가 예상되면서 최대전력은 1월 셋째주에 또다시 역대 최대전력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겨울철 역대 최대의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동서발전도 현장의 기동 관련 설비를 점검하고 계절적 위험요인에 대한 사전 조치를 마쳤다. 한파로 인한 배관 동파, 밸브 고착, 폭설로 인한 도로결빙, 붕괴 등 구체적 피해 유형에 따른 설비보강을 실시하고 대응매뉴얼을 마련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3조 제3호에 따르면, ‘재난관리’란 재난의 예방, 대비, 대응, 복구를 위하여 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앞선 두 단계인 재난의 예방과 대비에 있어서는 사전준비와 시스템구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재난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하고 복구하는 데에는 그 이상의 중요한 요인이 필요하다. 바로 결정권자의 빠른 의사결정이다.

필자가 2014년 7월 동구청장으로 취임하고 2개월이 지난 여름날, 갑작스런 폭우가 쏟아지며 일산진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길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물이 빠지지 않는 원인인 마을 앞 제방철거 문제에 의견이 나뉘며 해결이 지체되고 있어, 당시 현장 결정권자인 구청장으로서 즉시 제방철거를 지시해 마을의 안전을 지켰다. 동구 솔밭삼거리 도로에 거대한 씽크홀이 발생했을 때에도 신고를 접하고 즉시 현장을 찾아 도로 차단과 장비·인력동원을 지시했다. 빠르게 복구작업이 시작되지 않았다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물론 기관장 한 명의 역량만으로 모든 재난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 전력수급위기 상황에서도 예비력 단계별 예비자원 공급방법과, 전력계통 운영정보에 대해 전력거래소와 소통해야 한다. 발전5사도 사고사례를 공유하고 기술지원 공조를 하며 서로 협업하고 있다. 씽크홀 사건 당시에도 신속하게 사고를 알렸던 신고자가 없었다면 빠른 복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험요소가 발생했을 때, 기술, 제도, 사람의 3중 방호벽을 모두 뚫어야만 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위험상황 발생시에도 전방위적 대내·외 기술지원, 대응 매뉴얼과 긴급복구 절차 등의 제도, 그리고 빠른 의사결정과 통솔력의 리더십. 이 3박자가 완벽하게 작동해야 한다. 한국동서발전은 겨울철 전력수급 대책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사고발생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며,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발전설비 고장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전직원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이 겨울철에도 안전하고 평온한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기술, 제도, 사람의 3중 방호벽 더욱 견고히 해나갈 것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