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역 자전거 주차타워 철거 가능성

2024-12-12     신동섭 기자
수억원을 들였지만, 인수인계 문제로 3년여간 운영이 중단된 울산 태화강역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주차 타워) 문제가 내년 초 결정될 예정이다. 국가철도공단은 혈세 낭비 사례로 남기지 않기 위해 대안을 찾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철거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11일 찾은 남구 태화강역. 역사 바로 옆에는 10여m 높이의 원통형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이 설치돼 있지만 운영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다. 자전거 이용자들도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친다. 한 택시기사는 “혈세 들여 설치해 놓고서 운영하지 않은 지 수년째다. 곧 철거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역사 미관이나 공간 활용을 위해서라도 철거가 맞는 것 같다”며 “버스 회차지를 이전하면서 시에서 역사 내 교통시설 공사를 한다고 하던데 한 번에 헤치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 등에 따르면 현재 철도공단은 자전거 주차 타워 설비를 수리할 수 있는지,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께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 철거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관계자들은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의 이용 중단과 폐쇄가 전국적인 현상임을 감안할 때 철거 외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저조한 이용률 등으로 대구역은 지난 2016년, 서대전역은 2018년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 명촌공영차고지 준공과 함께 울산시가 태화강역 내 교통시설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태화강역 2단계 교통체계 개선사업’을 준비하며, 역사 1층 자전거 보관대 이전과 기계식 자전거 주차장 철거 요구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태화강역 자전거 주차타워는 지상 4층 높이, 면적 59.2㎡의 기계식 주차타워다. 자전거 168대를 세울 수 있는 원통형 독립 건물로, 자동차 기계식 주차타워처럼 기계 장치가 자동으로 자전거를 올리고 내리는 시설이다.

자전거 주차 타워는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2010년 6억여원을 들여 설치했다. 유지·관리·운영을 위임받은 남구는 매년 2000여만원의 운영비를 투입해 8년간 운영했다.

그러다 지난 2018년 국가철도공단이 태화강역사를 새로 조성하며 기존 주차 타워를 해체했고, 지난 2022년 3억여원을 들여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하지만 인수인계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가철도공단은 협약에 따라 관리·운영을 남구에 넘기려 했지만, 현장 조사 과정에서 시험 운전 5번 중 4번이 오작동하자 남구가 인수를 거부했다. 이후 두 기 관간의 이견 조율, 책임 공방을 벌이는 사이 주차타워는 사용 불가 상태로 방치됐다.

남구 관계자는 “올 초 철거 결정에 대해 설명을 들었는데, 인사이동 이후 재검토에 들어간 것 같다”며 “부품 수급이나 수리가 가능했으면 이미 끝났을 일인데 여태 연기되는 것을 보면 철거 외의 대안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