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극단 답다의 창단 연극 ‘낮은 칼바람’, 살기 위해 한민족끼리 총 겨눈 역사 가슴 아파

2024-12-13     권지혜 기자
“한민족임에도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아픈 역사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난 11일 울산 중구 성안동 아트홀 마당에서 올해 1월31일 창단한 극단 ‘답다’의 창단 연극 ‘낮은 칼바람’이 열렸다.

연극은 거센 눈발과 매서운 바람이 부는 1931년 만주로 이주한 사람들이 지친 몸을 이끌고 객점에 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채 객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던 와중 몇 발의 총성이 울리고 분위기는 순식간에 반전됐다. 사망한 객점 주인 용덕의 삼촌인 맹포수가 범인을 찾기 위해 함께 현장에 있었던 흰머리와 종수를 묶고 극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한민족임에도 서로를 의심하고 총을 겨누는 아픈 역사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10대 소녀들이 일본 첩자에게 동요 반달을 배우며 해맑아하고 10대 소년이 혼란스러워하는 장면에서 가슴이 답답했다.

연극은 권선징악의 통쾌한 결말도 아니고 누가 용덕을 죽였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끝이 났다.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시대적 배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각자의 이해관계에 맞춰 투쟁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다.

아픈 시대의 희생양인 10대 아이들만 살아남은 점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다. 대통령 탄핵 정국 등으로 혼란스러운 이 시국과 일제강점기가 겹쳐보여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이번 연극은 극단 답다의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탄탄한 대본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창단 연극임에도 호평이 가득했다.

특히 라아라, 김다원, 심주형 등 이번 연극을 통해 데뷔하는 신인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은 울산 연극계의 미래를 밝게 했다.

이미진(55·울산 남구)씨는 “오랜만에 연극을 봤는데 너무 좋았다”며 “무거운 주제임에도 공연 중간중간에 재미 요소가 있어 즐겁게 관람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울산지역 배우인 박정영·송인경씨는 “탄탄한 대본과 지역 중견 및 신인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에 110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