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산을 편백숲 명소로

2024-12-13     경상일보

소나무가 대한민국의 나무라면, 편백나무는 일본의 나무다. 일본 여행의 백미는 온천과 함께 편백나무숲을 둘러보는 코스다. 편백나무는 한때 우리에게는 ‘히노끼’라는 일본어로 더 익숙했다. 히노끼는 가구와 건축용 목재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내수성, 내구성, 항균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욕조용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특히, 피톤치드를 많이 방출하는 나무여서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사랑을 받는 수종이다. 이 같은 편백나무의 우수성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의도적으로 편백나무 심기를 장려하는 추세다. 재선충에 의해 많은 소나무가 병들면서 숲이 파괴되자, 편백나무를 으뜸 대체 수종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편백나무숲이 곳곳에 들어섰고, 또 지금도 곳곳에 조성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이 전남 장성이다. 장성에 있는 축령산 편백숲은 우리나라 최대 편백나무 군락지로 첫손에 꼽힌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축령산을 안타깝게 여겼던 춘원 임종국 선생이 1956년부터 30년간 250만 그루의 편백을 심고 가꾼 덕분에 290ha의 광활한 편백숲을 갖게 됐다. 장성 축령산 편백숲은 전국 편백림의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계한다. 축령산 편백숲은 치유와 힐링, 웰빙의 공간으로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필자 주변에도 아토피를 겪고 있는 어린 자녀의 치유를 위해 편백숲을 찾는 사람을 드물지 않게 봤다. 근자에는 암 환자를 비롯하여 중증질환자들도 편백숲이 있는 곳으로 몰려들고 있다. 숲은 공기청정기와 같은 기능과 역할을 한다. 나무 한 그루가 연간 2.5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1.8t의 산소를 방출한다고 한다.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은 3~7도를 낮추고, 평균습도는 9~23%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편백나무는 소나무에 비해 피톤치드를 4~5배 이상 내뿜는다. 피톤치드의 제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피로에 지친 심신을 맑고 건강하게 정화하는 데 최적의 수목이 편백나무라는 것이다.

울산도 십여 년 전부터 편백나무에 관심의 눈을 뜨고 대대적으로 심어 가꾸고 있다. 울주군은 두서면 화랑체육공원과 온산읍 학남리 일원에 편백나무숲 조성에 나섰다. 온양읍 대운산에도 대규모 편백림이 조성됐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이 운영하는 국립대운산치유의 숲은 편백숲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깊은 산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대운산 편백숲은 다양한 체험과 학습공간까지 갖춰 해마다 방문객이 줄을 잇는다. 남구도 선암호수공원과 대공원 등에 편백나무를 집중적으로 심고 있으며, 동구도 봉대산과 명덕호수공원 등에 편백나무 조림지를 조성 중이다. 북구 천마산 편백산림욕장도 울산 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높지 않은 정상으로 가는 길 곳곳에 편백나무가 우거져 있고, 단체 나들이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숲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편백숲 조성 역사가 20년이 넘어 빛을 발하는 중이다. 숲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필자는 울산의 많고 많은 산 중에서 최고의 으뜸을 도심 한가운데 있는 남산이라고 생각한다. 접근성도 좋고, 야트막한 산이라 오르내리기도 쉽다. 다만, 아쉬운 부분이라면 남산의 수목이 소나무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편백나무를 심기로 마음을 모았다. 작년 11월 200그루 심기를 시작으로, 올해 11월 23일 남산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는 ‘남산환경지킴이’ 주관으로 40여 명이 모여 남산 지장정사 일대에 250그루의 편백나무를 심었다. 어른은 물론 고사리손의 초등학생들도 거들었다. 편백나무 심기에 동참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후대에 물려줄 가장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병충해에도 강하고 피톤치드도 많이 방출하는 편백나무 심기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사람은 백년을 살기 쉽지 않지만, 나무는 적어도 수백 년을 산다. 남산에 심어진 편백나무가 말없이 울산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를 증명해 줄 것이다. 그때쯤이면, 남산도 편백숲 명소가 되어 있으리라는 바람과 기대를 해본다.

서종덕 남산환경지킴이 총괄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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