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교육청 ‘2024 AI 디지털교과서 전시박람회’ AIDT 사용해 보니…“맞춤형 학습” vs “사고력 저하” 팽팽
2024-12-16 이다예
이번 행사에서는 교과서 검정을 완료한 AI 디지털교과서 76종이 출판사(개발사)별로 공개됐다.
행사장을 찾은 교육주체 대부분은 AI 디지털교과서 앞에서 서툰 모습을 보였다. AI 디지털교과서를 시연하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기자도 한 출판사에서 개발한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중학교 영어를 학습해 봤다. ‘What is it?’이라는 문장의 억양을 시각적으로도 평가해 주는 등 학생이 수업 과정에서 필요한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문제를 일부러 틀려봤는데, 교사의 설정에 따라 학생의 화면이 강제적으로 멈추면서 답을 찾을 때까지 학습할 수 있게 했다. 다만 즉각적인 소통에는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교사와 학생이 의견을 주고 받으려면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어야 하는데다 시스템도 불안정한 탓에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교사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평소 AI를 조금이나마 경험해 본 교사들은 “센세이션하다”며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반대인 교사들은 “그래서 교과서는 어디 있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특히 학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수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는 입장과, 문제 해결 능력·사고력 등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보는 입장으로 극명하게 갈리는 모습이었다.
실제 수학의 경우 학생이 산수식을 직접 푸는 게 아니라 자동 프로그램에 숫자만 기입하면 정답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도로 발달된 수업 프로그램 기능 때문에 되레 학급 내 교육 격차가 심화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중학교 교사는 “인간으로서 판별하기 힘든 정보까지 제공돼 학생의 학업 능력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에는 용이해 보이지만, 다소 적나라하게 평가돼 자칫 교실 내 서열화 등의 부작용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일선 교육현장에 안착되려면 ‘자기주도학습’이 선결 요건이라고 교육주체들은 입을 모았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생이 처음부터 끝까지 학습 의욕을 갖고 참여해야 하는 AI 디지털교과서 특성상 자기주도적인 학생들에겐 상당한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스스로 자리에 앉는 것부터 버거운 학생들은 화면 속에 갇힌 채 수업 진도도 따라가기 힘들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AI 디지털교과서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2025학년도 초등학교 3~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AI 디지털교과서를 우선 도입할 예정이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