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성찰(省察)

2024-12-17     경상일보

한 해가 또 저물어 간다.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2024년이 이제 보름 정도 남았다. 지난 1년을 쉼 없이 달려온 지금, 이제는 한 해의 성과를 조용히 성찰해 볼 시간이기도 하다. 새해가 막 시작한 초기에는 여러 가지 목표를 설정해 놓고 하나씩 짚어가며 해 나간다. 하지만 어느덧 목표도 희미해지고 습관처럼 의미 없는 일상이 흐르고 난 뒤 때늦은 후회를 종종 하곤 한다. 때로는 세웠던 목표 자체를 잊어버리고 살기도 한다. 그러다 의도하지 않은 일이 터지거나 잘못되거나 후회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제서야 그 일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해마다 반복되기도 하는 이런 일들을 줄이거나 없앨 방법은 무엇일까?

증자(曾子)는 공자의 제자로서 초기에는 우둔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학문적으로 공자의 뒤를 이은 후계자로 인정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나는 날마다 세 가지 점에서 나를 반성한다(吾日三省吾身).”라고 하였다. 무슨 일이 있을 때나, 지금처럼 한 해가 다 지나가는 마무리 단계의 때가 아니라, ‘날마다’ 자신을 돌아봤으며 평범한 일상에서도 자신을 반성했다는 것이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란 말도 있다. 중국 은나라의 탕왕은 자신의 세숫대야에 이 글을 써 놓고 세수할 때마다 이 글을 읽으며 마음에 새겼다. 여기서도 ‘날마다’ 새롭게 변화한다고 말한다. 한번 크게 변화하는 것이나 특별한 날에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새해를 맞으며 결심했던 목표가 작심삼일에 그친 이유는 ‘날마다’ 변화하고 성찰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매일 성찰하고 새롭게 변하는 사람은 결코 성장이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한 후회도 없을 것이다. 목표도 더욱 선명해지고 결과도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이익이나 권력과 같은 세속적인 욕심뿐만 아니라 자신의 수양이나 타인을 위한 자선 등도 목표로 설정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설정한 목표가 모두 다 이루어지지 않기에 종종 낙심하고 포기하게 된다.

맹자(孟子)는 ‘행함에 얻지 못함이 있으면 모두 스스로 돌이켜 보라’며 뜻한 바를 얻지 못하면 먼저 자신의 부족함이 없는지를 먼저 돌아보라고 했다. 역시 날마다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하는 길을 제시한다. 남을 탓하고 환경을 탓하고 시대를 탓하기에 앞서 항상 자신을 먼저 돌아보아 고쳐 나간다면 설정한 목표를 한층 더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성찰할지를 공자(孔子)의 가르침을 빌려 본다면 “볼 때는 밝게 보는지를 생각하고, 들을 때는 똑똑하게 듣는지를 생각하고, 남을 대할 때 낯빛은 부드러운지를 생각하고, 몸가짐은 공손한지를 생각하고, 말은 참된지를 생각하고, 일에서는 지극히 삼가는지를 생각하고, 의심스런 일에서는 잘 묻는지를 생각하고, 성날 때는 나중에 어려워질 일을 생각하고, 얻을 일에서는 올바른지를 생각한다.”라고 자신을 성찰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분을 내서, 어려워질 일을 세심히 생각하지 않아 벌어진 최근의 일련의 사태를 생각하면 곱씹어 볼 말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 때, 이루지 못한 목표들에 실망하여 새로운 목표도 잡지 못하고 여영부영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새롭게 시작할 때는 반드시 계획이 필요하다. 계획은 일의 진행과 절차도 중요하지만, 마음 자세도 중요하다. 일의 당위성을 스스로 부여하고 목표를 명확하게 인식한다면 책임감 있게 목표를 추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두루뭉술한 목표보다 세심하고 치밀하게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한다면, 어떠한 문제라도 쉽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계획이 치밀하지 않으면 재앙이 먼저 발생한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치는 시간, 매일 매일의 삶을 성찰하고 반성하며 계획한 일을 치밀하게 수행한다면 연말 때마다 느끼게 되는 아쉬움이 조금은 덜할지도 모르겠다. 부디 내년에는 충분한 ‘자기 성찰’로 세워 둘 목표들이 다 이뤄지기를 바란다.

손재희 CK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