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속의 꽃(23) 동백꽃]겨울에 피어 봄을 기다리는 꽃
동백꽃은 겨울이 시작할 무렵 피기 시작하여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가 필 때까지 해를 넘기며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남쪽 지방에 주로 피며 울산 또한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다. 봄에 피는 꽃을 춘백(春栢), 여름에 피는 꽃을 하백(夏栢)이라고도 부르고, ‘산에 피는 차꽃’이라며 ‘산다화(山茶花)’라고도 한다. 꽃 색깔은 진홍빛이 보통이지만 흰색과 분홍색도 있고, 꽃술은 흰 수술대에 노란 꽃밥으로 이루어졌다. 붉은 꽃잎과 노란 꽃밥, 짙게 윤기 흐르는 청록빛 잎의 색채 대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이렇게 화려한 색채는 꽃과 잎이 다 지고 쓸쓸한 겨울날 풍경이 유독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18세기 문인 위백규는 <만덕사>라는 시에서 동백꽃이 핀 남도의 아름다움을 다음과 같이 묘사하였다.
동백꽃 떨어져 푸른 잔디에 아롱지는데
금모래 한가로이 밟으며 그윽한 승경 찾네.
한 곡조 어부의 노래는 저녁 강가에 퍼지고
나그네는 홀연히 동정루에 오르네.
山茶花落綠莎縐(산다화락록사추)
懶步金沙選勝幽(나보금사선승유)
一曲漁歌江日晩(일곡어가강일만)
忽然人上洞庭樓(홀연인상동정루)
만덕사는 오늘날 ‘백련사’라고도 불리는 남도의 끝자락 강진에 있는 사찰이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지내던 다산초당에서 오솔길 하나 넘어가면 있고, 절친한 벗 혜장선사가 머문 곳이기에 다산도 자주 드나들었다. 백련사 들어가는 길에 늘어선 동백나무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만큼 동백꽃 승지로 유명하다. 경내에 올랐을 때 멀리 펼쳐진 바다의 풍경이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시인은 절과 바다의 한가로운 풍경을 붉은 동백꽃, 푸른 나뭇잎, 석양에 빛나는 금빛 모래 등의 다양한 색채로 화려하게 묘사하면서 거기에 저물녘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어부의 노래 한 곡조를 더해 시각과 청각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시를 읽는 동안 누각에 오른 시인의 눈과 귀에 들어 온 동백숲과 바다, 어부의 노래가 읽는 이의 마음에 그대로 들어온다.
노경희 울산대 국어문화원 원장·<알고 보면 반할 꽃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