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1960년 4월19일, 학생들과 시민들은 이승만 대통령의 독재정권을 대규모 시위로 무너뜨렸다. 결국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고, 국민들이 이루어낸 민주주의는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1980년 5월18일, 광주시민들은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서 저항하며 민주화를 부르짖었다. 수많은 광주시민이 희생됐고, 그들의 민주주의 열망은 민주화의 기본정신이 됐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역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군사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와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결국 정부는 6·29 선언을 발표하게 됐고, 오늘날의 대통령 직선제가 정착됐다. 2016년 말,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며 시위를 벌였고, 결국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우리는 우리를 대신해 나라의 경제와 국민의 안위를 위해 일할 사람을 선출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고,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을 선출한다. 그러나 대표로 선출된 그들 역시 사사로운 이치를 따질 수 있는 사람인지라,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하지만 그럴 때조차 그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리라 믿고 기다린다면, 피를 흘리며 민주화를 이루어낸 우리 윗세대들의 수고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자유와 평등을 바탕으로 정부를 구성하고, 법과 제도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가르쳤다. 그러나 더 중요하게 가르쳐야 할 것은, 민주주의가 단순히 선거와 투표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각자가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감시하고, 그들이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리도록 감독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의 대표성을 드러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와 의견을 정치와 사회에 반영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 민주주의는 권리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가 선출한 지도자들이 우리를 대신해 결정을 내리지만, 그들이 우리를 제대로 대표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 윗세대들이 부르짖은 민주화의 정신이자 민주주의의 가치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얻기 위한 시련이 여전히 참 많고도 모질다. 민주주의 가치를 위협하는 일들로 인해 우리의 민주주의가 완벽하다 말할 순 없겠지만, 결국 우리는 이번에도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다. 민주주의는 어리석은 사람을 지도자로 세울 수 있지만, 또한 어리석은 사람을 지도자 자리에서 쫓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헌법을 어기고 양심을 저버린 그들을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뿐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완벽한 민주주의 국가를 물려줄 순 없겠지만,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우리의 자세와 열망은 이번 기회로 더욱 더 견고하게 가르쳐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김보아 화진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