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골목상권이 사라진다]조선소 흥망성쇠 함께해…최근 회복세

2024-12-19     오상민 기자
음식 문화가 급격하게 변하면서 과거에는 인기를 끌었던 음식이 외면받는 경우가 있다. 또 주요 상권의 이전 등을 이유로 번창하던 먹자골목이 쇠락하는 일도 다반사다. 대표적인 예가 대형 조선소가 상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울산 동구 명덕마을이다.

HD현대중공업의 경기에 따라 동구 서부동 명덕마을의 먹자골목은 희비가 교차한다. 이곳은 예전 조선업 불황에 큰 피해를 받았던 곳이다. 이후 동구와 명덕마을상인회는 기업 경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은 물론 상인들의 자생 능력 강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명덕마을은 1972년 HD현대중공업이 문을 열면서 노동자들의 배후 주거지 등으로 조성된 마을이다. 1980년대 이후 시행된 주택재개발과 주거밀집도 개선 사업, 조선소가 주도한 문화·복지제도, 높아진 소득 수준 등을 배경으로 중산층 문화가 형성됐다.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 사원아파트, 셋방 등이 공존하면서 명덕시장과 각종 음식점, 술집 등 일종의 먹자골목이 형성됐다.

특히 명덕마을은 HD현대중공업 정문에서 500m 거리에 불과해 중공업 직원들의 식사나 회식장소 등으로 자주 이용됐다. 인근에는 울산 유일 상급종합병원인 울산대학교병원과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 현대예술관 등 의료·복지·문화 기관이 밀집해 동구의 주요 상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을 전후로 한 조선업 대불황 당시 고용자가 급감하고, 탈동구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기업의 경기 침체가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명덕마을 상가의 폐업이 잇따랐다.

그나마 최근 조선업 슈퍼사이클로 수주량이 증가했고, 지난해 2687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도 입주를 하면서 현재 220여 개의 상점가가 장사를 하고 있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여종구 명덕상인회장은 “2015년에는 골목마다 빈 점포가 가득차 있었는데, 지금은 임대 문구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도 “골목은 밀집형 상가로 음식점이 주로 위치해 있는 반면, 방어진순환도로 방면은 돌출형 간판이나 환경 정비 등 정리가 필요해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는 언제 또 조선업 불황기가 닥칠지 모른다고 판단, 명덕마을 상권이 기업체의 경기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도록 지난 2019년부터 국비 등 206억원을 투입해 ‘도심 속 생활문화의 켜, 골목으로 이어지다’라는 주제로 명덕마을 살리기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유카페, 청년센터, 커뮤니티센터 등이 마련된 리얼소통발전소를 시작으로 불법주정차 단속 CCTV를 집중 도입해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만들었다.

명덕마을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할 ‘명덕복합문화광장’은 오는 23일 문을 연다. 복합문화광장에는 조선소 젊은 직원들의 희망사항인 코인 노래방이나 4컷 사진부스를 조성해 직원들의 타지 이탈을 막고, 학생들도 놀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어린이 놀이방도 조성해 명덕마을사회적관리협동조합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아이 키우기 편안한 환경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노경민 동구도시재생지원센터장은 “명덕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39개 공방들을 영상 촬영 등 아카이빙 작업해 명덕마을을 알리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곳곳에 상가들을 활용해 마을 행사를 진행, 관광객이나 지역 주민들이 찾을 수 있고 나아가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방향성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상민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