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권한대행, 양곡법 등 6개 법안 거부권

2024-12-20     김두수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더불어민주당 등 거대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곡법 개정안 등 6개 쟁점 법안을 재의해달라고 19일 국회에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등 192석의 거대야권은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이 이날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돌려보낸 법안은 양곡법 외에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국회법,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2004년 고건 당시 권한대행 이후 역대 두 번째다.

국회로 되돌아가는 6개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폐기된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주재, “국가적으로 매우 엄중한 상황에서 과연 어떠한 선택이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인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고민과 숙고를 거듭했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 법안들에 영향을 받는 많은 국민들과 기업, 관계부처의 의견도 어떠한 편견 없이 경청했다. 오로지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결심하게 됐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입법권과 입법 취지는 최대한 존중돼야 하지만, 정부가 불가피하게 재의요구를 요청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국회와 국민께 소상히 설명해 드리고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고 했다.

특히 한 대행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고질적인 쌀 공급 과잉 구조를 고착해 쌀값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쌀 생산 확대로 시장 기능 작동이 곤란해져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막대한 재정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고 했다.

한 대행은 또한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에 대해선 “농산물 생산이 가격안정제 대상 품목으로 집중돼 농산물 수급 및 가격이 매우 불안정해질 것이다. 농가 소득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정책을 전환하는 세계적 추세에도 역행하는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에 관해서는 “국가가 재해 복구비 외에 생산비까지 보상하는 것은 재난안전법상 재해 지원의 기본 원칙에 반한다”며 “다른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 및 도덕적 해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선 “원활한 예산집행을 위해 국회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을 정한 헌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고, 이와 함께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과 관련해선 “헌법상 비례의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한 권한대행은 “어느 때보다 정부와 여야 간 협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국회에 6개 법안 재의를 요구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 하지만 정부는 헌법 정신과 국가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 “공급망 리스크가 이미 현실화하는 100대 첨단소재를 발굴해 핵심 원천기술을 조속히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재의요구 직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한 권한대행의 탄핵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론 내지는 못했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dusoo@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