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죽어가는 자영업, 속수무책으로 있을건가
울산지역 자영업 폐업률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구의 성남동과 남구의 삼산동 등 울산 최고의 상권에도 임대를 알리는 표지가 나붙고 있다. 울산소상공인연합회는 “팬데믹 이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경기침체 등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한다.
자영업 폐업은 전국이 다 비슷하다. 가뜩이나 침체된 경기 속에서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은 최악 상황을 맞고 있다. 송년회 일정을 아예 잡지 않거나 잡아놓았던 송년회 일정마저 취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아예 지갑을 닫았다. 실제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음식·숙박업, 도소매업, 개인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는 전국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4%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매출이 50% 이상 줄었다는 소상공인이 무려 36.0%나 됐다.
울산의 경우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폐업자 수가 1만8612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였으나 지난해 다시 1만8000명대까지 증가했다.(국세통계포털)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울산지역의 올 가을(9월~12월18일)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의 폐업 점포수는 지난해보다 모두 많아졌다. 이 기간 중 일반음식점은 지난해 대비 17곳 많은 154개 업체가 문을 닫았고, 휴게음식점은 지난해 114곳에서 올해 126곳으로 늘었다.(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 대출금 때문에 할 수 없이 문을 열어놓고 있는, 사실상 폐업상태인 가계들을 포함하면 폐업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 중 자영업 비율은 2023년 현재 20% 수준인데, 미국, 일본, 캐나다, 독일 등은 6~8% 밖에 안된다. 이런 상태에서 최근 수년 동안 베이비부머들은 치킨집·맥줏집·분식집 등 소규모 자영업에 뛰어들었다. 출혈경쟁은 불을 보듯 뻔하다. 창업 5년 후 생존율이 24%에 불과하다. 자영업자 10명이 창업하는 동안 8명은 문을 닫은 셈이다. 폐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너지는 자영업은 되살리는 방법을 찾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정부가 매년 엄청난 지원금을 쏟아부을 수도 없다. 정부는 이제 어렵더라도 자영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퇴직자들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