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텅텅 빈 성남동 1층 상가 “팬데믹 때보다 더 심각”
소비침체로 인해 자영업 폐업률이 매년 최고 수준을 경신하고 있어 팬데믹 시기에도 비교적 건재했던 울산지역 주요 번화가에도 임대 현수막이 내걸리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울산 중구 성남동 일원은 점심시간임에도 적막이 가득했다. 그나마 큰 상점가가 위치한 젊음의 거리 중앙에는 비교적 영업중인 상가가 많았으나 한 골목만 더 들어가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방치된 빈 상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상황은 소규모 상가들보다 중대형 건물에 입점한 상가들의 상황이 더 나빴다. 한때 대형 의류 마켓이 들어와 있던 젊음의 거리 중앙 상가는 2곳 모두 1년 가까이 공실 상태다. 한때 학생들 사이 큰 인기를 끌었던 아이스크림 가게도 무인 의류 매장으로 변했다. 그나마 사람이 몰리는 곳은 저가 커피를 판매하는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와 편의점 뿐이다.
성남동에서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는 한 업체는 지난 몇개월 사이 매출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감소해 결국 매장을 반으로 나눠 가게 규모를 줄였다.
성남동의 한 카페 점주는 “큰 돈을 들여 넓은 매장을 임대해 창업한 업주들 상당수가 대출금을 감당못해 문을 닫았다”며 “손님이 많이 오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혼자 운영하며 수입을 겨우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년 넘게 이어져온 경기침체 상황과 소비 감소로 자영업자들은 가게 규모를 줄이거나 무인가게로 전환해 운영하는 등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체를 이끌어가고 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코로나 사태로 울산지역 폐업자 수가 1만8612명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폐업 사업자 수는 지난해 다시 1만8000명대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졌다. 22일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12월18일까지 울산 지역의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의 폐업 점포수는 지난해보다 모두 늘었다. 기간 중 일반음식점은 지난해 대비 17곳 많은 154개 업체가 문을 닫았고, 폐업한 휴게음식점은 지난해 114곳에서 올해 126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폐업신고를 하지 않았어도 사실상 폐업상태인 가게들이 많아 실제 폐업률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출금을 상환할 수 없어 영업을 중단하고도 폐업신고는 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욱 울산소상공인연합회장은 “팬데믹 이후 경기가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으나 경기침체 등 악재가 계속 이어지고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대출금을 갚지 못해 고민하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었다”며 “이들은 당장 대출금을 갚지 못해 폐업신고도 하지 못하고 사업장을 완전히 정리한 뒤에도 투잡, 쓰리잡을 뛰며 대출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울산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 금액의 규모는 460억원까지 증가했다. 그간 2%대를 유지하고 있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도 지난 2022년을 기점으로 4%대로 오른 뒤 지난해 4.4%에 이어 올해 4.5%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 팬데믹 시기에도 빈 적이 없었던 울산 남구 삼산동의 대형상가들에도 하나둘 임대 표지가 붙고 있다.
울산 남구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무엇보다 지역에서 가장 큰 상권인 삼산동부터가 이미 공실률이 높아지고 있다”며 “폐업도 폐업이지만 최근 눈에 띄게 신규 창업자가 줄어 한동안 자영업자들의 영업 상황이 쉽게 회복되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 k212917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