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관 협력으로 살기 좋은 동구를
조선소의 도시 울산 동구에는 과거 HD현대중공업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현대예술관, 한마음회관 등 각종 문화예술 시설이 들어섰다. 이에 동구 주민들은 중구나 남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체육·문화·예술을 동구 안에서 향유할 수 있었다.
HD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하는 동안 지갑이 두터워졌던 조선소 근로자들은 서부동 명덕마을이나 전하동, 일산해수욕장 등 동구 일원에서 소비 활동을 이어가 타 지자체 못지 않은 상권도 형성됐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의 법인 분할 및 서울 본사 이전과 조선산업의 불황기 등으로 인해 동구 문화·체육·예술 시설 등이 예전같지 않은 실정이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당연히 상권이다. 명덕마을 일대는 조선 불황이던 2015년 전후로 골목 곳곳에 간판을 내린 가게들이 많았다.
그나마 최근 남목 도시재생 사업 등 골목 상권을 살리는 프로그램으로 상인들이 주변 기업의 영향을 적게 받도록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또 조선소 직원 외에도 학생, 젊은 청년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코인 노래방이나 즉석 사진관 등이 조성된 ‘명덕복합문화광장’도 문을 여는 등 상권이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명덕 3길 일대는 ‘골목형상점가’ 인증을 앞두고 있다. 정식으로 등록되면 전통시장과 같은 혜택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상점가에서 온누리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어 소비 진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닫은 동부회관, 서부회관 등 체육시설도 동구가 매입해 공공체육시설로 전환하는 등 체육 인프라 개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용 예산이나 활용 부지가 적은 만큼 신축보다 기존 건물을 매입, 리모델링 방식으로 사업에 착수한 지 얼마되지 않아 준공·개관하는 등 속도감 있게 사업이 마무리 되고 있다. 물론 속도에만 치중하다가 서부회관이 운영 첫날 화재로 수개월 동안 시설 개선을 하는 등 부침도 겪었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동부회관 등 다른 공사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처럼 동구는 기업의 지원 없이 올해 벌써 꽃바위체육센터, 나눔센터, 아픈아이돌봄센터 등을 조성하는 등 무너져버린 체육·복지·문화 인프라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와 관련된 현안 등 동구의 힘만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이에 지난 18일 김종훈 동구청장과 노진율 HD현대중공업 대표이사는 ‘지역 상생 발전 협력회의’를 열고 지속 발전과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동구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동구 발전과 구민 안전 등 살기 좋은 동구를 위해 노력하길 기대한다.
오상민 사회문화부 기자 sm5@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