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늘보처럼 느린 삶 속 자아성찰
2024-12-24 권지혜 기자
지난 1997년 김춘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해 21권의 공동시집 출간에 참여한 권영해 시인은 <고래에게는 터미널이 없다>를 간행한지 5년 만에 4번째 시집을 발간했다.
권 시인은 시집에서 “걸음걸이 하나하나가 걸작이다. 이렇게 느린 것이 하나의 생애일 수 있다니 놀랍다”며 “독보적이란 홀로 걸어가도 외롭지 않은 것이다. 이는 자아성찰의 시간을 확보하고 처세의 로드맵을 제시하려는 나무늘보의 전략이다”고 말한다.
문학평론가인 권성훈 경기대 교수는 티베트에서 순례자들이 마음은 비우고 몸은 낮춰 높은 곳 샹그릴라를 오르고 있는 모습은 전설의 땅 지상낙원을 향해 낮아져야만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는 존재적 깨달음에 돌입하게 해준다며 여기서 권 시인의 깨달음이 지혜로 이어지며 나무늘보의 행보를 통해 자기성찰의 시간을 확보하고 내일에 대처하는 처세의 로드맵으로 연결시킨다고 해설했다.
문학평론가 문영 시인은 시에서 돋보이는 나무늘보의 걸음걸이는 홀로 느릿느릿 걸어가는 권 시인의 표상이라며 이것이 남과는 구별되는 권 시인의 독특한 사유와 독보적 시법이라고 분석했다. 권 시인은 “독자들이 문명의 크기와 방향, 속력 사이에서 상실해가는 것과 간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권영해 시인은 2021년 현대청운고에서 정년퇴임한 뒤 울산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대한민국예술문화 공로상, 울산예술문화상, 홍조근정훈장, 울산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권지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