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은습 우리버스(주) 전무이사, “직접 기른 배추로 김장…복지지설에 나누며 보람 느껴”

2024-12-24     신동섭 기자
“희망을 잃지 마세요. 견디다 보면 언제가 좋은 날이 옵니다.”

이은습(58·사진) 우리버스(주) 전무이사는 지난 2005년 버스 업계에 발을 디뎠다. 2010년 울남지선이 만들어지며 업계에 합류했고, 이후 우리버스(주)를 맡게 됐다. 회사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2015년부터 지역 사회를 위한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를 회상한 이은습 전무는 “회사가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에는 기사들이 ‘곤조’란 것이 있어서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따라오지 않았다”며 “120만명에 가까운 울산 인구 중 20만여명 밖에 버스를 타지 않지만, 버스란 게 시민들의 발이기에 세금이 투입된다. 그렇기에 버스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지역 사회 구성원들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무와 우리버스(주), 대우버스(주) 종사자들은 현재 오전·오후 근무 후 1시간가량을 투자해 각종 교통 캠페인, 정류장 청소 등 봉사 활동에 나선다. 또 승무원들이 직접 심고 기른 배추와 무로 김장을 해 소년·소녀 가장, 요양원, 복지시설에 전달하는 김장 나눔 행사도 펼치고 있다.

특히 장구, 색소폰 등 악기 연주 특기를 가진 기사들을 모집, 힐링봉사단도 운영하고 있다. 힐링봉사단은 요양원 등에서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열고 있다. 전 승무원들이 TvN 울산 교통방송 교통 재난 통신원으로 활동하며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 지역으로 차량이 몰려 차량 정체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전무는 “고등학생 시절 연기에 꿈이 있어 프로덕션에서 배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길이 너무나 가시밭길이라 생업을 선택했다”며 “KBS 개그맨 공채 시험도 쳤는데, 만약 발탁됐다면 유재석, 강호동보다 더 잘했을 거다. 이때 경험한 것들이 지금 회사 일과 봉사 활동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각종 봉사 활동을 돌아본 뒤 “김장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든다. 손이 부르트고 김장 때 입었던 옷은 고춧가루가 묻어서 버려야 할 정도”라며 “김장이 끝나면 시원섭섭하지만 ‘너희 김치 맛있더라’라는 말 한마디에 피로가 다 풀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는 또 “힐링예술단 봉사 활동의 경우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한자리에 10분을 채 앉아 있지 못하는데, 우리 공연 때는 1시간 이상 집중한다”며 “할머니들이 처녀 때 생각에 우리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1년 열두 달 예약이 넘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각종 봉사 활동을 위한 경비는 전 임원들이 월급 우수리를 떼서 모은 돈에 회사가 모은 돈 만큼 보태 사용하고 있다.

이 전무는 회사의 왕성한 봉사 활동에 대해 “전 직원이 봉사 활동에 참여하기에 일부 신입 직원들이 오해를 하기도 한다. 회사의 강요, 갑질로 인한 강제 봉사 활동으로 오해하지만, 사실 봉사 활동 참여시 봉사 활동 프로그램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며 “예를 들어 교통 캠페인은 10점, 김장은 15점, 정류장 청소는 5점 등인데, 이 점수는 지각이나 사고 같은 직장 생활을 하며 생기는 각종 실수로 인한 징계를 대신할 수 있어 굉장히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전무는 각종 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청소년 진로상담 ‘꿈파시오’로 받은 감사장이 가장 뿌듯하다고 말한다.

이은습 우리버스 전무이사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힘든 상황이라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말한다. 진부하지만 희망이 있는 한 언젠가 좋은 날이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