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2024 울산 경제/ ②조선]고부가가치선박 수주 증가 등 업계 ‘맑음’

2024-12-24     서정혜 기자

울산 조선업계는 올해도 수주 호조세를 이어갔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량을 늘리면서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생산 현장에 가상현실·인공지능·로보틱스를 더해 미래 조선소로 변신을 꾀했다.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관련 악재를 털어내 방산분야에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빅사이클’ 속 수주 릴레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달 8일 공시를 통해 아시아 소재 선사와 LNG 벙커링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수주 금액은 총 5148억원으로 울산 HD현대미포에서 건조해 2028년 10월까지 인도한다.

이 계약으로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해양 1기를 포함해 총 175척 195억3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 135억달러를 144.6% 초과 달성했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 8척, LNG벙커링선 7척, PC선(석유화학제품 운반선) 62척, LPG·암모니아운반선 48척, 컨테이너선 24척, 에탄운반선 3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VLCC(대형원유운반선) 6척, 탱커 7척, PCTC(자동차운반선) 2척, FSRU(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 1척, 해양1기, 특수선 4척을 수주했다.

특히 울산 조선업계는 최근 수년새 LNG운반선, LNG벙커링선, LPG·암모니아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 증가가 뚜렷하다.



◇첨단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 탈바꿈 준비

울산 조선업계는 수주 증가세에 힘입어 생산성을 높이고, 생산 현장 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미래 조선소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3200억원을 투자해 초격차 미래 조선소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가상현실·로보틱스·자동화·AI(인공지능)를 접목해 ‘눈에 보이는 조선소’ ‘연결되고 예측 가능한 조선소’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차례로 구축한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생산 현장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설계부터 인도까지 모든 공정이 최적의 조건으로 자동화되는 미래형 조선소로 변신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생산성은 기존 대비 30% 높이고, 공기는 30% 단축하고, 자원 낭비 제로를 달성한다는 구상이다.



◇KDDX 악재 털고 방산 분야도 날개

HD현대중공업은 최근 KDDX(한국형 차기구축함) 사업과 관련한 혐의를 모두 벗고, 한화오션과의 고소·고발도 모두 마무리했다. 이에 향후 KDDX 입찰 등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최근 세계 최정상급으로 꼽히는 8200t급 이지스구축함(Batch-Ⅱ)의 1번함인 정조대왕함을 성공적으로 우리나라 해군에 적기 인도하고, 최신예 호위함인 충남함을 조기 인도했다.

앞서 HD현대는 올해 페루 국영 시마조선소와 중남미 방산수출 역대 최대 금액인 6406억원 규모의 함정 4척을 현지 공동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잠수함도 공동 개발하는 데 합의했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함정 분야 협력에도 적극 나섰다.



◇일정 이상 수주량 확보 필요 지적도

울산을 비롯해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2159척 가운데 248척을 수주했다. 중국은 한국의 4배에 달하는 1518척을 수주해 국가별 수주 비율은 한국과 중국이 각각 18%, 69%였다.

이에 연말까지 수주 실적을 더하더라도 한국 조선업계의 글로벌 수주 비율은 20%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되고, 전 세계 조선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은 2016년 15.5% 이후 가장 낮은 수주 비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글로벌 수주 비율 감소는 HD한국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 업체들이 평균 3년 이상의 수주 잔량을 보유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선별 수주에 나선 것이 영향을 줬다.

다만 업계에서는 울산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량 공세를 펼치는 중국에 맞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수주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