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알 수 없는 내일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 발표에 따르면, 올해 지구 평균 기온(1~11월 1.62℃ 상승)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 이상 더 상승했다.
이는 세계 196개국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기후재앙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한계선인 1.5℃를 처음 붕괴한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에 따른 기상재해가 빈번하게 나타난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매월, 매계절이 기상 기록의 연속이었다.
올해 봄 기온은 기록 역대 2위를 기록한 가운데, 일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날이 가장 많았다. 강수량 전국 평균치는 평년과 비슷했지만, 어린이날 일부 지방에 하루 100~2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 강수량 극값을 기록했다.
올 여름은 높은 기온과 열대야 기승, 장마철에는 집중호우가 특징이었다. 해양온난화로 습하고 더운 공기가 남서풍을 타고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높은 습도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최고치였다.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4.0일로 역대 3위, 평년(10.6일)보다 2.3배 많은 수치이다.
열대야 일수는 20.2일로 역대 1위, 평년(6.5일) 대비 3배가 넘는 정도이다. 여름철 뜨거운 열기는 가을이 되어도 좀처럼 식지 않았는데, 가을철 고온 현상과 관련한 기록은 역대급이었다. 서울은 1948년 이후 76년 만에 9월 폭염이, 춘천은 1966년 기상관측 이래 첫 9월 열대야가 발생했다.
높은 기온은 11월 중순까지 이어지며 첫서리, 첫얼음 시기도 늦췄다. 이후 하루 만에 계절의 시계가 한겨울로 돌아섰는데, 11월 25~29일 영하 30℃ 이하의 매우 찬 공기가 밀려오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50㎝ 안팎의 많은 눈이 내렸다. 서울, 인천,수원은 11월 일 최심 신적설 최곳값을 경신했다.
우리는 정확한 기상정보 예측을 통해 폭염·집중 호우·태풍·한파·대설 등 위험 기상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대비하며 내일을 준비한다. 하지만 지구 기온상승으로 초래된 기후변화는 당장 우리의 내일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2025년은 더욱 심각할 것이다. 기상청의 불확실한 예보에 불만은 커질 것이고, 누구나 처음 겪는 기상재해에 순조롭게 대처 못하는 정부를 비난할 일도 잦아질 것이다.
여러 차례 경고한 재앙의 현실이 오늘이 되었다. 알 수 없는 내일의 재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후 변동성이 커진 날씨상황을 고려한 실시간 기상정보의 수집과 활용이다. 기상청 역시 올 겨울철에도 단시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이상기후에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변화를 종합적으로 감시, 분석하는 역량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기상이변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 시민들 역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체계적인 협력에 힘써야 할 것이다.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