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미술2024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 적나라하게 그린 노동현장과 노동자의 삶

2024-12-27     권지혜 기자
대한민국 산업수도이자 노동자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노동자가 겪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며 보다 나은 미래를 이야기하는 전시가 마련돼 주목받고 있다.

노동미술2024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울산노동역사관,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 한국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가 주관하는 노동미술2024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이 이달 24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북구 연암동에 위치한 울산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전시에는 울산을 비롯해 서울, 경기, 인천, 광주, 전남, 전북, 대구, 부산, 경남 등에서 총 39개팀이 참여해 5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노동미술2024의 주제인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은 매우 역설적인 표현이다. 끊이지 않고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는 노동현장과 비정규직과 최저임금의 굴레에 묶인 노동자의 삶은 결코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시의 표제(타이틀)작인 박은태 작가의 ‘노동산수도1’은 이번 전시의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박 작가의 작품에 등장하는 안전모를 쓴 중년의 노동자가 개울물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 발밑으로 전선이 지나가며 휴식과 충돌한다.

특히 이번에는 영남과 호남의 교류를 위해 울산 외에도 광주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광주 전시는 지난 11월23일부터 12월20일까지 열렸다.

울산 정봉진 작가의 ‘탱자나무 까시불꽃’과 광주 박태규 작가의 ‘불꽃 202411’은 두 작가 모두 불꽃을 상징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울산과 광주라는 지역을 넘어 상호 연결되는 서사를 보여준다.

정봉진 작가는 낡은 안전화 뒤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탱자나무 가시를 태우는 불꽃을 통해 노동안전을 그렸고, 박태규 작가는 어두운 배경 위에 노동자 전태일·김용균, 5·18 민주화운동, 노동삼권을 외치는 노동자 집회를 깔고 밝은 불꽃으로 빛을 냈다.

미디어 작품도 크게 늘어난 것도 인상적이다. 홍진훤 작가는 플랫폼에 묶여 배달하는 노동자가 다쳐서 절뚝거리는 모습을 3D로 구현한 ‘Injured Biker’를 선보인다. 박보나 작가는 ‘1967_2015’ 작품에서 영화노동자 이충규가 1967년 구봉광산 붕괴사건 때 광부 김창선을 구출하는 과정을 음향효과로 표현한 것에 주목했다.

미디어가 노동현실을 드러내는데 다양한 효과를 보여준 박경열, 성백, 백보림 작가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외에도 로컬포스트&친구들의 ‘같이 뜨개더 프로젝트’는 구미 옵티칼하이테크 투쟁과 연결된다.

이들은 1월8일부터 고공농성 중인 박정혜, 소현숙과 예술로 연대해온 과정을 실물과 영상으로 보여준다.

배문석 울산노동역사관 사무국장은 “급변하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대응하며 노동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283·1987.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