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글로벌 공급망 위협하나
비철금속 세계 1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 불안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 의회에서 미 정부에 공식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국내 기반산업 유지와 글로벌 공급망 질서 안정을 위해 국내 자본이 유지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어준 격이어서 주목된다.
미국 에릭 스왈웰 하원의원은 최근 미국 국무부에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 사태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 의회 의원협의체인 ‘핵심광물협의체’ 공동의장 자격으로,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고려아연 사태에 관심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것이다.
그는 MBK파트너스의 주요 투자자(LP) 중 하나로 다수의 중국 기반 기업이 포함된 중국투자공사(CIC)가 있다면서 이런 배경에서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사모펀드 연합의 고려아연 인수시 중국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중요 광물 공급망을 차단하고 확장하려는 한미 공동 노력의 중요한 글로벌 플레이어가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고려아연을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협력해야 할 기업이라고 역설했다. 울산에 위치한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통해 전 세계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들에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 카운터파트와 지속적인 협의를 미 정부에 주문했다.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내달 23일로 잡혔지만, 경영권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 지분구도를 보면 MBK·영풍 측 46.7%, 최윤범 회장 측 33~34%로, MBK 측이 소폭 우위다. 이에 고려아연 지키기 운동을 전개한 울산 지역사회의 우려도 여전한 상태다.
최근 한 여론조사기관의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6명은 사모펀드에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 합병이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사모펀드들이 기업 인수 과정에서 내세우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등과 같은 명분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는다.
고려아연은 산업에 꼭 필요한 비철금속 외에 희소금속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비철금속 기업이다. 국가기간 산업을 지키려면 정부와 기업, 주주 모두가 경영권 분쟁에 관심을 갖고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