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첨병-울산문화예술인]“울산 전통춤 명맥 끊기지 않게 노력해야”

2024-12-30     권지혜 기자

울산에는 이북5도(황해도·평안남도·평안북도·함경남도·함경북도)에도 있는 국내 무형유산 무용 종목이 없어 전통춤의 불모지로 인식되고 있다. 울산의 중견 무용인 최흥기(61) 울산덧배기춤보존회 대표는 사라져가는 마을공동체의 원천문화인 울산덧배기춤 보전을 위해 꾸준히 논문을 발표하고 강연하며 울산덧배기춤이 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평생을 울산덧배기춤을 연구하고 알리는데 힘써온 최 대표는 울산의 정체성을 가진 춤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평생을 울산덧배기춤에 바쳐

지난 19일 찾은 남구 달동 오행쑥뜸. 울산덧배기춤과 관련된 자료가 곳곳에 가득 쌓여있었다. 평생을 울산덧배기춤을 연구하고 알려온 울산의 춤꾼 최흥기 대표의 지난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지난 23일 남구 옥현중 강당에서 열린 제17회 울산농요 재현공연 ‘2024 국악뮤지컬-농자천하지대본’에서 최 대표는 담백하지만 변화무쌍한 울산덧배기춤을 선보였다. 탈곡, 모심기, 김매기, 타작 등 농경시대의 춤이 담겨있는 울산덧배기춤에서 선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 대표는 “울산덧배기춤은 농경 생활상에서 주민들에 의해 전래된 공동체춤이다. 예로부터 군사요충지인 울산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무예적인 특성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에 평소에 그들이 생활상에서 추었던 춤에서도 무뚝뚝하고 단순하게 보이는 등 지역의 향토적 특색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울산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1981년 울산YMCA의 민속반 동아리 모집 홍보물을 통해 처음 울산덧배기춤을 접하게 됐다. 당시에는 울산덧배기춤의 이름을 몰랐으나 2016년 정상박 교수가 실시한 울산시 전역의 무형문화유산 전수조사에서 울산덧배기춤이라는걸 알게됐다. 책에는 ‘울산 덧배기’라는 명칭으로 울산덧배기춤과 최흥기 춤꾼이 소개돼있다.

최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2018년 울산항만공사와 체결했던 ‘지역사회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울산 전통공연 활성화 지원 협약식’을 꼽았다. 그는 중구문화의전당, 남구문화원 배꼽마당, 태화강국가정원 왕버들마당에서 총 3차례 공연했다. 그는 “울산항만공사가 울산의 정체성을 가진 춤이 있어야한다며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며 “울산덧배기춤의 중요성을 인식해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춤추는 사람들 대우해줘야

최 대표는 울산덧배기춤이 무형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2019년 울산시에 지정 신청했지만 ‘울산덧배기춤은 가면극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춤으로 독립적인 종목으로 지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으로 부결됐다.

그는 “울산시에서 울산덧배기춤을 가면극의 한 부분이라고 하는데 1938년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영남덧배기춤을 조선 무용의 한 종목으로 기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울산덧배기춤을 알리기 위해 논문 작성, 강연, SNS 등 여러 방면으로 힘쓰고 있다. 그러나 최씨 이후로 더이상 울산덧배기춤을 이어갈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그는 “울산덧배기춤으로는 돈이 안되니까 누가 하려고 하겠나. 나 혼자만의 춤이 됐다”라며 씁쓸해했다. 그러면서 “울산이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선 춤추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만들어주고 대우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 대표는 “울산에서 전통춤을 하는 1%도 안되는 이들을 대우해줘야한다”며 “이들이 잘살 수 있도록 존중하고 돕는 문화가 정착돼야 전통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울산덧배기춤이 울산의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면 한다”며 “울산덧배기춤이 울산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울산시민들에게 예술적이고 삶을 재밌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춤이 됐으면 한다”고 소망을 밝혔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