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꿈의 도시 울산, 창업 도시 울산으로
울산은 명실상부 우리나라 산업의 메카이다. 그래서 산업수도라 일컬어지고 있지만, 창업과 관련해서는 이런 위상에 부합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혹자는 지역 대기업의 좋은 일자리가 많아 창업 의욕 자체가 낮을 수밖에 없을 거라고 한다. 한편으로는 지역 내 창업 생태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탓 또한 크지 않을까 싶다.
지역의 창업 생태계와 관련해 미국 실리콘밸리 사례는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청년들이 기술이나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에 도전해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가 즐비하다.
실리콘밸리가 창업의 성지로 자리 잡은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어쨌거나 이곳이 풍부한 인적자원을 비롯하여 각종 인프라와 엔젤투자 등 창업 생태계가 남다른 곳이라는 데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실리콘밸리에서는 참신한 사업 아이디어만 있으면 쉽게 창업할 수 있고, 성공 가능성도 높다는 믿음이 있다.
오늘날 전 세계 많은 도시가 ‘제2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며 지역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들이 쉽게 창업하고, 안정적인 인프라를 바탕으로 사업을 지속하며 성공적인 창업기업으로 성장한다면, 이는 지역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에서는 2010년 울산청년창업센터 개소를 계기로 본격적인 청년 창업지원 정책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현재 이 센터의 운영 주체인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은 울산시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일선 지원기관으로서 여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 CEO육성사업, 톡톡 팩토리, 톡톡 스트리트, 1인창조기업 지원센터, 창업도약패키지 지원사업, 벤처기업육성 지원사업, 창업보육공간인 벤처빌딩 운영 등은 진흥원이 운영하고 있는 사업들이다. 매년 이들 사업의 지원을 받는 창업자 수가 100여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역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지역 창업 생태계의 구축을 위해서 진흥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창업기업의 낮은 생존율 개선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3.8%에 불과하며, 이는 OECD 평균(45.4%)에 비해 11.6%p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생존율이 낮은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적기에 자금조달이 어려운 점은 특히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창업기업이 생존해 안정적인 궤도에 이르기까지 자금조달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창업 초기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울산은 창업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지역으로 평가되고 있어 한층 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은 앞으로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자 역할에 중점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부터는 조직개편을 통해 투자업무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할 예정이다.
현재 벤처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고 있는 창업기획자(AC, accelerator) 등록을 진행 중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05년 미국의 와이-콤비네이터(Y-Combinator)가 투자와 보육을 결합한 형태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된 사례를 참고로 만들어졌으며, 지난 2016년 11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 개정을 통해 제도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창업기획자는 투자금액의 40% 이상을 반드시 초기창업기업에 투자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가 절실한 초기 창업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진흥원이 기존에 해오던 창업·보육에 더해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까지 병행하게 된다면 이를 계기로 울산시의 친기업 정책과 시너지를 더하여 울산의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도시 울산’에서 미래 ‘청년들의 꿈의 도시 울산’으로 불리게 될 그날을 분명 맞이하리라 기대한다.
김철준 울산경제일자리진흥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