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의 시조산책(53)]바람의 말 - 하순희

2020-04-13     홍영진 기자

밤새도록 온 세상을 떠돌아다닌 하얀 아침
누군가 나는 누군가 발가락이 저리다
아무도 잡을 수 없는 빈 시간 그 언저리

 

바람은 우리가 가지 못하는 곳을 오간다.

때로는 광대처럼 때로는 어린아이 걸음처럼, 세상 안팎에서 공존한다.

긴 밤을 달려온 아침 ‘누군가 나는 누군가’ 선문답을 던진 화자는 부르튼 발가락이 아프다는 말보다 시리다는 말을 바람에게 건넸다.

잡을 수 없는 것이 바람 뿐 일까. 잠시 머물다간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빈 시간’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것.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다.     김정수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