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태양전지의 미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太陽電池, Solar Cell)는 태양에서 나오는 빛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말한다. 태양전지는 에너지원이 사실상 무한대인 태양광을 사용해(실제로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지만) 친환경발전을 하는 점이 매력적이다. 태양광 발전의 기본적인 원리는 광전효과에 의해 발생한 전자가 전위차를 발생시키고 이로 인해 전류가 흘러 전기(전압)를 만들어 낸다.
태양전지는 상용화 단계에 따라 1세대(결정질 실리콘), 2세대(박막 반도체), 3세대(염료감응, 페로브스카이트 등) 태양전지로 구분된다. 또한, 태양광을 흡수하는 층 소재의 종류에 따라 크게 실리콘계, 화합물반도체계, 유기계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1세대 결정질 실리콘 태양전지는 단결정(Single crystalline)과 다결정(Multi-crystalline)으로 나누어진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주로 p형과 n형 반도체를 접합해 전자의 흐름을 통해 전기를 발생시키며 높은 안정성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되어 태양광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 태양전지는 태양광이 전지 표면에 수직으로 입사할 때 최대 효율을 얻을 수 있어 광전환 효율이 약 20% 대에 그치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2세대 박막형 태양전지는 광 흡수율이 좋은 화합물 반도체(CdTe, CIGS(Cu, In, Ga, Se))를 사용하며 1~2μm(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두께만으로도 고효율 태양전지 제작이 가능하나 효율은 1세대 태양전지보다 낮은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실리콘 태양전지와 다르게 투명하거나 유연한 기판 위에 박막의 형태로 얇게 소재를 증착하기 때문에 재료비 절감이 가능하며 시장에서 약 8%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 태양전지의 게임 체인저가 될 3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가 이슈가 되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1839년에 처음 발견된 등축정계(simple cubic)에 기반 한 특정 광물의 구조를 말하며, 이 광물을 처음 발견한 러시아 과학자 페로브스키를 기념하여 명명한 말이다. 페로브스카이트의 화학식은 ABX3의 물질로 A와 B는 양(+)이온, X는 음(-)이온으로 두개의 양이온과 하나의 음이온이 결합하여 3차원 결정을 이루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만드는 공정이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게 든다. 일반적으로 태양전지는 고효율(20% 대 중반)을 얻기 위해서 1, 2세대의 태양전지와 같이 단결정화, 증착 같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와 달리 페로브스카이트는 값싼 전구체를 섞어주고 스크린 프린팅, 롤투롤(role to role)과 같은 간단한 공정만으로도 박막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실리콘 태양전지가 딱딱하고 무거운 데 비해 페로브스카이트는 용액 상태인 것도 장점이다. 다시 말해서 용액 상태인 페로브스카이트를 플라스틱 필름에 바르기만 하면 휘어지는 두께 250~30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의 태양전지를 만들 수 있다. 이는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의 두께 150~200㎛인 것에 비하면 1000분의 1 수준이다. 2022년 기준 (유-무기)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효율이 25.7%까지 보여주고 있으며 수명도 실리콘 태양전지 이상 수준인 30년 정도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페로브스카이트는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단점 또한 존재한다. 수분이나 열에 취약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높은 효율(이론상으로 66%정도 까지 가능)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건물외벽이나 자동차 외부에 도색되어 열이나 비와 같은 열악한 외부 환경에서도 작동되어야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려면 단순히 높은 에너지 전환효율에 그치지 않고, 대면적화를 위한 장비기술, 안정성 향상을 위한 봉지막 기술 등의 개발도 필요한 시점이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의 단계에 와 있다. UNIST의 핫 프레싱 공법을 이용한 광전변환 효율 22% 이상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과 성균관대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용 투명전극 신소재(질소가 도핑 된 산화주석)가 세계최초로 개발된 것들이 그것이다.
2030년 아니 향후 3~4년 안에 현재 상용화된 일반 태양전지의 효율(약 15~20%)보다 훨씬 높은 40% 이상의 효율을 가진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대한민국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 될 수 있도록 산학연 연구에 정부의 지원이 아껴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건물의 외벽이나 자동차 외부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가 사용될 그날이 멀지 않았다.
하양 울산과학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