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우의 新우시산국(13)]어린 소녀의 너무나 아름다운 기부

2025-01-06     경상일보

미국의 작가 오 헨리(O.Henry)가 쓴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The Gift of the Magi)>은 1950년에 처음 출간됐지만,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선물의 크기나 가격보다는 그 안에 담긴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젊은 부부인 델라와 짐은 가난하지만 서로를 깊이 사랑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델라는 남편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지만, 가진 돈이 너무 없어 고민한다. 그래서 자신의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잘라 돈을 마련하고, 짐의 소중한 시계에 맞는 멋진 시곗줄을 선물로 준비한다. 반면 짐도 델라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는데, 그의 소중한 시계를 팔아서 델라의 머리 장식을 사게 된다. 결국 서로가 준비한 선물은 그 가치가 무색해졌지만, 두 사람이 보여준 진정한 사랑과 희생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필자는 지난해 11월 울산의 한 행사장에서 이 소설의 내용과 흡사한 너무나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했다. ‘2024 소상공인 페스타’ 식전 행사로 아주 깜찍하고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이벤트가 펼쳐졌다.

초등학교 1학년 여자 아이가 태어나서 8년 동안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는 의식이 진행됐다. 이 학생은 소아암 환자의 가발 제작에 쓰이도록 자신의 머리카락을 내어 준 것이다.장이와 같은 선행의 배경에는 헌혈을 50번 넘게 한 소녀의 친부가 평소에 해온 이웃 사랑 실천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한 초등학생의 따뜻한 마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사회는 어느 때부터인가 어려운 이웃을 서로 보살피는 미풍양속이 시들어져 가는 느낌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헌혈량도 많이 줄었다. 최근 혼란한 탄핵 정국과 계속되는 경기침체의 여파로 이웃돕기 모금액을 나타내는 ‘사랑의 온도탑’ 온도도 예년 같지가 않다.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말이 있다. ‘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넌다’는 뜻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 협력하고 돕는다는 의미다. 비록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서로 나누고 보태는 마음들이 하나로 모이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이달우 전 UBC 울산방송 보도국 선임기자·다루미디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