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의미있는 장소가 많은 도시만들기
간절곶, 가지산, 함월루, 무룡산, 대왕암은 울산에서 1월1일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가장 해가 일찍 뜨는 곳, 내 주변에서 가장 높은 곳, 바다에서 해를 보기 좋은 곳 등 다양한 이유로 이 곳에 모이고 있다.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그 장소가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이다. 장소의 의미 뿐 아니라 시간의 의미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가의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매일 아침 해는 뜨고 지지만, 12월31일의 해넘이를 보거나, 1월1일 해돋이를 보기 위해 그 장소를 방문하는 것은 그 시간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특별한 시간이 특정한 장소와 함께 결합하여 의미가 커진 것이다. 이렇듯, 똑같은 산이나 바다, 건축물, 특정의 도시공간이라 하더라도, 장소와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면 거기에 찾아가야 하는 이유가 생기고 그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추억을 공유하거나 그 도시를 상징하는 공간이 된다.
흔히 어느 지역을 여행하거나 관광할 때 ‘거긴 볼 데가 많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가 볼만한 의미있는 장소가 많은 것을 말한다.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거나, 주변 풍경이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독특하거나, 가장 높거나, 가장 오래되었거나, 유명인이 태어났거나 또는 살았던 곳 등의 ‘의미’를 가지는 곳이 찾아가는 이유가 된다.
의미를 가진다는 것은 첫째 역사적으로 중요한 기념할만한 사건, 거대하거나 신비로운 자연환경, 위대하거나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인물 등과 관련된 장소가 주는 특별한 가치를 말한다. 역사적 사건이나 자연환경적 가치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한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에 중심이 되거나 전통적으로 거점지역이 아니었던 울산이 장소적 의미를 다양하게 가지기는 다소 힘든점이 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의 일상적 상황이나 개인적 경험에서도 역사적 의미를 찾고, 문화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이 가치있게 부여하는 의미의 유형이 다변화되고 있어 문화적 동질성을 가질 수만 있다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소가 증가할 것이다.
두 번째는 특별한 시간적 가치로써 의미가 있다. 새해 첫날이거나 국가적 기념일이거나, 계절적으로 특별하다던가 또는 그 장소가 특정한 날과 연관이 있다거나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기념될만한 가치가 있을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도시의 공간과 연계하여 의미가 있는 특정 날들이 있다면, 그 도시는 방문할만한 가치가 있으므로 여러 사람들에게 시간적으로 의미를 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여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장소의 중요성이 표출된다.
세 번째 의미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지속성이다. 의미있는 장소가 역사적인 기념이나 자연환경적 가치가 있는 곳이 많은 이유는 역사성과 자연자원은 쉽게 바뀌지 않아서일 것이다. 장소를 기억하고 의미가 있는 장소가 되기 위하여는 단발성 또는 단기적인 것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정착할 만큼의 장시간이 필요하며, 그동안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해돋이 장소는 자연공간으로 시대에 따라 크게 변화하지 않으며, 1월1일 새해라는 특정한 시간이 매년 돌아오는 지속성을 가진다 할 수 있다.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 이야기가 장소에 더해져서 여러 측면에서 여러 계층에게 의미있는 장소가 많아지면, 도시가 도시이미지와 정체성이 잘 형성되어 외부인은 방문하고 싶은 도시이고, 지역민은 자부심을 가지는 도시가 될 것이다.
울산의 많은 장소가 우리지역의 역사와 경험이 녹아들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계속 이어질 때 의미 있는 장소가 되고, 이 장소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며, 울산의 많은 장소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 장소를 생각하고, 방문하여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발전할 것이며, 이것이 나아가 지역 정체성으로 이어져 울산은 다양한 공간의 힘을 가진 도시가 될 것이다. 일상에서도 울산이 의미있는 장소가 많아져 사는 사람이 즐겁고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선택권이 있으며 지속적인 인지도와 정체성을 가져 지속가능한 매력있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
이주영 울산연구원 도시공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