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등에도 작년말 외환보유액 되레 늘어

2025-01-07     서정혜 기자
지난해 연말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외환보유액이 환율 방어에 투입됐지만, 금융기관의 연말 달러 예수금 증가로 전체 보유액은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말 기준 외환보유액 규모는 최근 5년새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은 4156억달러(약 611조7632억원)으로 한달 전(4153억9000만달러)보다 2억1000만달러 늘었다.

이는 달러화 강세에 따른 외화자산 달러 환산액 감소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분기 말 효과로 금융기관 외화 예수금이 늘고, 관련 운용 수익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달러화가 12월 중 약 2.0%(미국 달러화 지수 기준) 평가 절상돼 달러로 환산한 유로·엔 등 기타 통화 외화자산 금액은 반대로 줄었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방어를 위해 외환 당국이 외환보유액의 달러를 시중에 푼 점도 외환보유액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연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고려해 보유 달러를 한은 계좌에 넣으면서 전체 외환보유액은 다소 늘었다. 한은에 예치한 외화 예수금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융기관 입장에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 한은 외자운용원이 외환보유액 운용을 통해 얻은 이익도 12월 외환보유액에 더해졌다.

반면 지난해 전체 외환보유액은 2023년 말(4201억5000만달러)과 비교해 45억5000만달러 줄었다. 2022년 이후 3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가운데 감소 폭은 2022년(-399억6000만달러)보다는 적었다. 또 연도별 12월말 외환보유액을 보면 지난해 연말은 2019년(4088억2000만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구성을 자산별로 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666억7000만달러)과 IMF(국제통화기금)에 대한 특별인출권(SDR·147억1000만달러)이 각각 57억2000만달러, 1억8000만달러 줄었다.

반대로 예치금(252억2000만달러)은 60억9000만달러 불었다. 금의 경우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유지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4154억달러)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중국이 3조2659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일본(1조2390억달러), 스위스(9251억달러), 인도(6594억달러), 러시아(6165억달러), 대만(578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495억달러), 홍콩(4251억달러)이 뒤이었다. 서정혜기자 sjh3783@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