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52시간제 강행, 영세기업·근로자 모두 죽는다

2025-01-08     경상일보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던 주52시간제 계도기간이 2024년 말로 종료됐다. 이에 따라 울산지역 중소기업계에서는 심각한 인력난과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반해 고용부는 근로감독 결과 등을 볼 때 전체 사업장 대비 법위반 비율이 높지 않았다며 강행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 2018년 시행된 주 52시간제는 기업 상황을 고려해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30인 미만은 영세성을 고려해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계도기간이 부여됐다. 이 과정에서 노동계는 주 52시간제를 형해화한다며 강하게 반대해 왔다.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한 점도 노동계의 반감을 불렀다. 반면 경영계는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중소기업이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는다는 점, 재정난으로 고용을 통한 주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점 등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고용부의 주장은 근거가 너무 미약하다. 고용부는 최근까지 법위반 사례가 별로 없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을 위반할 만큼의 일감이 없어서 위반을 하지 않는다고 중소기업 대표들은 말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발주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 법위반 사례가 수두룩하게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거래처의 생산계획 변경, 긴급한 발주, 품질 이슈, 파업 후 물량폭탄 등 예측 불허의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마다 중소기업들은 주52시간제를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울산지역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수직계열화된 상태여서 파업 후 물량폭탄이 떨어지면 밤을 세워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울산중소기업협회 관계자는 “주52시간제로 근무시간이 줄어드는만큼 추가 고용을 해야 하는데, 사람 구하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인력 부족으로 인한 사업 축소를 막기 위해서는 업종별로 유연화된 근로시간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중앙회는 부산·울산 중소제조업 생산직 근로자 201명을 대상으로 주52시간제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근로시간을 주52시간보다 확대할 필요성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50.7%)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주52시간제 확대 시행 이후 응답자의 41.3%가 생활비 충당을 위해 투잡에 나서거나 동거가족이 취업 및 아르바이트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52시간제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인의 삶을 구속하고 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