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제조업 격랑의 시대, 우수 기술인재 유치가 울산의 미래다
제조강국 대한민국에 위기의 신호가 계속 보여지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곧 들어서지만 국내 외교는 멈춰서 있고, 대중 수출비중은 7년전 26.8%에서 작년 19.7%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미국의 장기간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중국은 우리나라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철강, 배터리, 석유화학 등 제품을 원가경쟁력과 정부지원을 앞세워 전세계에 저가로 공급하고 있다. 미국의 계속되는 규제에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할 경우 세계에서 중국 제품의 가격은 지금보다 20~30% 저렴하게 되어 우리나라 제조업이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다행히도 울산의 핵심산업인 조선, 자동차 등은 대외적 위기에도 미국이라는 큰 판에서 함께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얼마전 미국 함정 유지보수(MRO) 사업 참여 자격을 획득하는 등 미국의 전략적 동반자 수준으로 격상되어, 미 군함 신조사업 등 고부가가치 조선업으로 한단계 더 성장할 준비를 마쳤다.
자동차 역시 2019년 36.5%에서 2024년 3분기 기준 52.1%로 대미수출 비중이 상승했다. 중국이 자국 전기차 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세계 자동차 판매의 격전지인 미국에서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국산 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울산의 제조업에 매우 긍정적인 신호라 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가 전세계 IT산업의 핵심지인 이유는 전세계 최고의 IT인력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석학들은 제조업 성공의 핵심은 우수한 기술이 아니라 우수한 기술인재의 확보에 있다고 말한다. 이제 더 높은 곳에서 가격이 아닌 기술로 경쟁해야 하는 울산 역시 공학·과학 인재를 유치하는데 힘써야 한다.
국내 미래 공학·과학 인재는 전부 의사가 되고, 기존 기술자는 외국에 팔려간다는 얘기가 있다. 우수 인력이 빠져나간 울산의 미래는 없다. 기업들이 세계와 경쟁할 우수인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지역 전체가 도와야만 울산에 미래가 있다.
필자는 울산이 공업도시로 태동할 때부터 울산에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서 개발해왔다. 협력업체의 공장부지가 부족할 때 경주에서 공장부지를 개발했고, 공기업 이전으로 혁신도시가 조성되었음에도 저녁과 주말에 즐기고 접대할 수 있는 여가와 문화공간이 부족하여 북구에 ‘와우시티’라는 중심상업지역을 조성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업지역의 발전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울산은 아직 거주민의 소득수준에 부합하는 생활 인프라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에 계속 거주한 사람은 적응되어 살아가겠지만, 더 나은 장소를 맛본 젊은이는 새로운 지역으로 떠나갈 것이고, 서울 등에 있는 인재는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으로의 이주를 망설일 것이다. 울산에 근무하는 혁신도시 공기업 직원들도 주말이면 서울로 떠나는데, 사기업의 우수인력이 울산에 거주하게끔 만드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북구에 거주민 산책로도 마땅치 않은 15년전 현 박천동 북구청장 재임 시 청계천 야간조명설계 업체를 울산에 데려와 아파트 벽면에 시연한 것이 현 북구 12경 매곡천 야간경관의 시작이었다. 지금 매곡천은 지역 거주민의 대표 산책코스가 되어있다. 그럼에도 아직 울산의 생활 인프라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소득 직장인들이 멋진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는 상업시설이 부족해 주말이면 부산과 경주로 빠져나가고 있으며, 학원 등 교육 인프라도 부족한 상황이다. 광역시임에도 문화 공연은 울산예술회관 한 곳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우수 인재 유치에 도시의 미래가 달려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언제든 떠날 수 있다. 지역은 기업이 살아남고 발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전해야 한다. 울산시가 인프라를 계속 확충해야 하는 이유이다.
울산은 모래 위에 쌓은 성이 아니다. 바닥부터 탄탄하게 기반을 만들어온 제조업의 도시다. 격변의 시대, 제조업 위기의 시대에 울산의 제조업이 더 큰 시장에서 그동안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해 지자체와 기업, 울산시민 모두가 하나되기를 희망한다.
이정협 서호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