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소영의 날씨이야기]‘진짜’ 한겨울
겨울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 한겨울. 그런데 ‘한겨울’의 정의는 국어학적 정의와 기상학적 정의가 사뭇 다르다. 국어학적으로는 ‘추위가 한창인 겨울’ ‘겨울 내내’라고 풀이하는 반면, 기상학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0℃ 이하인 날’을 일컫는다. 북서쪽으로부터 강한 한기를 품은 찬 공기가 세차게 남하하면서 전국을 영하의 추위로 꽁꽁 싸매었다.
9일 아침 울산의 최저기온이 영하 6℃, 강한 바람으로 실제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영하 10℃를 밑도는 가운데, 한낮에도 영하 1℃의 관측기온 속에 체감하는 추위는 영하 5℃ 이하로 곤두박질치겠다. 그야말로 ‘진짜’ 한겨울이다.
좀처럼 한파특보가 내려지지 않는 남부지방으로도 폭넓게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전국이 영하의 추위로 꽁꽁 얼어버렸다. 통상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절기 동지(12월 21일경)부터 보름 간격으로 찾아오는 소한과 대한 절기까지 약 한 달간이 1년 중 가장 춥다.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보다 지구에서 대기로 빠져나가는 에너지가 훨씬 더 큰 기간이기 때문에 기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에 북쪽의 강한 한기가 떨어져나와 우리나라 북쪽 상공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제자리걸음을 하며 북쪽의 한기를 계속해서 남하시키는 절리저기압이 형성되면서 이번 주 강추위가 지속되고 있다.
독감 환자가 급증하며 2016년 이후 최대규모의 유행이다. 앞으로 차가운 공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무엇보다 보온과 체력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추위는 온도계가 가리키는 기온으로 느껴진다기보다는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에 의해 느껴진다고 할 수 있다. 신체로부터 발산되는 열이 많으냐 적으냐에 따라 추위를 느끼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말이다.
외출 시 보온을 위해 두꺼운 겉옷 한 벌보다 여러 벌의 옷을 겹겹이 입는 것이 좋다. 옷을 여러 벌 입으면 옷과 옷 사이에 생긴 공기층이 보온의 기능을 해주기 때문이다. 또 모자와 목도리·장갑 등도 필수이다. 머리와 목은 심장에서 가장 가깝고 큰 혈관이 지나고 있어 신체 부위 중 가장 빨리 열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목도리와 모자 착용만으로도 체감온도를 무려 3~5℃ 이상 올릴 수 있다. 신체는 체온이 0.5℃ 떨어지면 면역력이 35% 저하되고, 1℃ 상승할 경우 면역력이 6배 정도 향상된다. 체감온도를 올리는 일은 단순히 더 따뜻하거나, 덜 춥다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길이라는 점 꼭 잊지말자.
맹소영 기상칼럼니스트·웨더커뮤니케이션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