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미술2024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 가보니...여전히 험난한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씁쓸
2025-01-09 권지혜 기자
지난 7일 찾은 울산 북구 연암동 울산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 설치, 판화, 단채널 비디오, 3D 컴퓨터그래픽, 조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의 현실을 표현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참여작가들의 지역, 작업 방식 등은 모두 달랐지만 보다 안전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싶다는 메시지는 동일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전시를 보는 내내 씁쓸했다. 전시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뿐만 아니라 배달대행, 택배 기사 등 여러 모습의 노동자를 다뤄 더욱 공감이 갔다.
기획전시실로 가기 전 복도에 있는 박경열 작가의 ‘지금 다시, 전태일 정신’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며 근로기준법 법전과 함께 분신자살한 전태일의 모습을 3D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했는데, 이번 전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전진경 작가가 콜트콜텍 천막 농성장을 담은 ‘마당의 안쪽’은 ‘언제부터 돈 벌어올꺼에요’라는 말과 함께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 동안 진행된 콜트콜텍 노동자 투쟁은 국내에서 가장 긴 투쟁이다.
그 다음으로 긴 노동자 투쟁은 울산과학대 앞에서 11년째 진행되고 있는 청소 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이다.
기획전시실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신민 작가의 ‘들이쉬고, 내쉬고, 그대로 유지’는 목이 잘린 사람들의 모습으로 목숨을 위협하는 노동의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또 박은태 작가의 ‘노동산수도1’은 계곡에 발을 담그고 휴식을 취하는 안전모를 쓴 중년의 노동자 발밑으로 전선이 지나가는 모습이 휴식과 충돌하며 비참한 노동자의 현실을 잘 드러냈으며, 신미란 작가의 ‘삶의 무게’는 끝모를 높이의 폐지를 가득 싣고 리어카를 밀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을 통해 노동자들의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울산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이 협소한 관계로 앞서 광주 전시에서 선보였던 야외 작품 등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 조용식 노옥희재단 이사장은 방명록에 “날것의 삶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살아있음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윤청자씨는 방명록에서 “노동의 고귀한 땀 방울방울마다 뭇 생명 피어나다”라고 했으며, 한 관람객은 “안전한 일터에서 노동 해방 세상을 꿈꾼다”라고 적었다.
한편, 노동미술2024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울산노동역사관, 한국민족미술인협회 울산지회, 한국민족미술인협회 광주지회가 주관하는 노동미술2024 ‘안전한 노동, 위험한 미술’전은 지난해 12월24일부터 오는 2월28일까지 북구 연암동에 위치한 울산노동역사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