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에너지효율이 곧 자원이다

2025-01-10     경상일보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론 머스크가 던진 ‘효율성’이 화제다. 신설 부처인 ‘정부효율부’의 수장을 맡아 관료제의 비효율성과 공공부문의 혁신을 겨냥한 것이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위기 시대에 에너지산업도 효율성 측면에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 바로 에너지소비를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에너지효율화’를 통해서다.

에너지효율화란 단순히 고효율 기기 보급을 넘어 에너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접근방식으로, 산업, 공공, 가정 등 모든 분야에서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동시에 실현하는 청정에너지 전환의 핵심축이다. 1㎾h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비용을 나타내는 균등화 발전비용(LCOE)이 원자력 65원, 석탄발전 81원, 태양광 126원인데 비해 에너지효율은 29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경제성 때문에 에너지효율화는 ‘제1의 에너지원’이라고도 불린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효율화 보고서(Energy Efficiency 2024)’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0%는 건물에서 발생한다. 이는 사용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상당한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30년까지 에너지효율 개선율을 4%로 높이면, 2022년 대비 2030년까지의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량(약 13억t) 중 3분의 1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전 세계에서 달성된 배출량 감소의 82% 이상이 에너지효율성 개선 덕분이었다.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에너지효율화는 더욱 효과적인 해결책이다. 2000년 대비 2021년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량은 1.72% 증가했는데, 이는 경제성장률을 감안하더라도 OECD 회원국 평균 증가율(0.06%) 대비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더욱이 1인당 전력 소비량은 세계에서 네 번째이지만, 이용 효율은 OECD 38개국 중 31위로 하위권이다.(2022년 기준) 특히 에너지소비의 약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전력 소비 구조의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동서발전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발전사 최초로 에너지 효율화 및 수요관리(DR)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공공성 확립, 민간협력 강화, 사업모델 확장, 탄소중립 실현의 4대 전략을 담은 로드맵을 수립했다.

지난해 2월에는 울산시와 함께 산업부의 ‘지역 에너지신산업 활성화 지원사업’을 추진하여, 울산과학기술원 등 울산 소재 주요 대학과 공공시설 총 10개소에 냉난방·조명 자동제어 스마트 에너지 장치와 자가소비용 태양광 발전을 구축했다. 운영기간동안 25GWh의 전력 사용량을 감축하여 약 24억원의 요금을 절감해 일부는 향후 학생복지와 지역 주민시설 개선 재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전국 캠퍼스 효율화, 서울 서초구 스마트 에너지시티 조성, 취약계층 및 중소기업 대상 공익사업을 추진해 2023년 한 해 동안 24.7GWh의 전력과 약 36억87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달성해 지난해 11월 ‘2024년 한국에너지대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6월에는 건물 에너지 효율화 사업이 국내 최초로 환경부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승인받아 10년간 약 1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으로 확보하며 기후변화 대응의 모범사례로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우리 동서발전은 울산지역의 대학, 공공시설, 공동주택 등으로 지역맞춤형 효율화 사업을 확산하고, AI를 활용한 스마트 관리 시스템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연계 솔루션 개발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에너지소비 진단 및 기술지원 서비스를 확대하여 효율화 사업이 대기업을 넘어 모든 경제 주체로 확산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과 함께하는 에너지 효율화 캠페인을 통해 공공과 민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다. 에너지 효율화는 기술과 시스템의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국가 에너지효율 목표(26년 28,576GWh 절감) 달성을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 문화 조성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에너지효율화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중요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발전의 견고한 토대이다. 울산시민들의 에너지효율화에 대한 관심과 실천, 그리고 동서발전의 노력이 함께 모였을 때 우리가 꿈꾸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미래를 현실로 실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