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에 추락한 독수리 탈진한채 구조

2025-01-10     신동섭 기자
창공의 제왕이라 불리는 독수리가 태화강에 추락했다가 구조되는 이색 사건이 벌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울산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4시께 남구 무거동 1 일원에서 독수리가 물에 빠졌다는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에 따르면 태화강 위를 날던 독수리가 갑자기 태화강으로 떨어졌다. 떨어진 독수리는 강가로 헤엄쳐 왔지만 탈진해 날지 못한 채 쓰러져 있었다.

구조된 독수리는 울산시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옮겨졌는데, 태화강으로 떨어진 이유는 명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개체와 싸움 등을 의심할 수 있지만 외상이나 부상의 징후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울산시가 태화강 하중도 일원에서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데, 어린 개체라 먹이 경쟁에 밀려나 굶다가 기력이 빠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행히 독수리는 하루가 지나자 기력을 회복해 조만간 자연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겨울 철새인 독수리는 11월께 몽골에서 김해, 고성, 거제로 날아와 월동한다. 주 먹이는 동물 사체다.

울산을 찾은 독수리는 최대 200여 마리가량 관측된다. 지난 8일에는 100여 마리가 관측됐다.

울산에서 월동하는 독수리들은 10여 년 전부터 울산을 찾았다. 울주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사체를 인근 산에 불법으로 매립한 것을 김해로 이동하던 한 독수리 무리가 발견하고 먹이활동을 한 뒤 매년 일부가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로드킬 등으로 인해 생기는 동물 사체를 구·군이 적극 수거해 처리하기에 독수리들은 먹이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사)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에서 겨울철 찾아오는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나눠줬고 최근에는 시의 지원으로 독수리 먹이 주기, 생태 관찰, 독수리 날개옷 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울산독수리학교도 운영 중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농약에 중독된 동물 사체를 먹었으면 태화강에 입수 당시 떠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어린 개체이기에 체력만 회복하면 자연에 다시 방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