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문수축구장 좌석 정치색 논란 재점화

2025-01-10     박재권 기자
울산시와 울산시설공단이 문수축구경기장의 노후화 된 3층 관중석을 교체하면서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의 상징색인 파란색 대신 빨간색이 가미된 ‘그라데이션’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울산 팬들이 다시 반발하고 있다.

울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손근호, 손명희 의원은 9일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울산 HD 팬들과 기자회견을 열고 “문수구장에 김두겸 시장의 마음을 담지 말고, 울산 팬들의 마음을 담아 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K리그1 3연패를 달성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울산 HD의 상징색은 파란색이고, 가장 오래된 라이벌 팀인 포항 스틸러스의 주 팀컬러가 빨간색”이라며 “그렇기에 팬들은 빨간색 좌석이 도입된다는 소식에 많은 걱정을 표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미 지난해 경기장 3층 좌석을 빨간색으로 교체한다는 이야기에 논란이 일자, 울산시는 ‘검토 중’이나 ‘협의 단계’라는 답변으로 일축했다”며 “이후 어떤 소통과 논의도 없이 좌석 철거가 진행 중인데, 이는 좌석 색상이 이미 정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시장 취임 이후 행사장이나 시 홍보물 등에서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이 주로 활용되고 있기에 문수구장에 정치색을 입히려 한다는 의혹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며 “시는 당장 팬들이 반대하는 색상의 좌석 교체를 멈추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한 울산 팬은 “팀 컬러는 팀을 상징하는 자부심이자 정체성이다”며 “라이벌 팀과의 경기 날에는 빨간색 양말이나 옷도 입지 않을 정도로 민감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울산시는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축구의 역동성을 고려해 빨간색을 일부 도입한 것일 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시는 3층 좌석 하부에서 상부로 갈수록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서서히 변하는 ‘그라데이션’을 적용해 청색과 적색의 조화로운 구성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문수구장은 A매치가 열리는 국제 규격의 축구장으로, 관람석 전부를 청색으로 교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있었다”며 “예를 들어 적색 계열의 유니폼인 우리나라가 청색 유니폼의 일본과 경기를 할 경우를 연상하면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색상 선정은 청색과 따뜻한 느낌을 주는 색의 조합으로 조화로움을 추구한 것일뿐 정치적 의도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울산 HD FC 공식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이날 울산시청 일대에서 ‘울산 HD는 단 한번도 붉은 적이 없었다’ ‘푸른 물결로 뒤덮일 문수구장을 염원한다’ 등의 문구로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오는 13일 울산시청 남측 출입구에 근조 화환을 보내는 등 항의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권기자 jaekwon@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