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걱정되는 울산의 극창작·공연예술산업의 미래

2025-01-13     차형석 기자

2025년 을사년 새해 들어 울산 문화예술계에는 안 좋은 소식들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우선 15년 역사의 울산의 대표 민간 소공연장인 CK아트홀이 얼마 전 1~2월에 예정된 공연(연극 ‘런투패밀리’)을 끝으로 공연 사업을 접는다고 공식 발표했다. CK아트홀의 공연 사업 중단 사실을 보도하고 난 뒤 시민들은 SNS와 댓글 등을 통해 “울산의 좋은 문화공간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필자 역시 기자를 떠나 초창기부터 CK아트홀에서 공연을 봐 온 관객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CK아트홀은 초대 CK치과병원 대표원장이었던 채종성 대한적십자사 울산지사 회장이 사회공헌 형태로 건립한 것으로, 울산에서는 접하기 힘들었던 대학로 연극이나 뮤지컬 등을 무대에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울산문화예술회관이나 현대예술관 등이 큰 공연 위주로 그것도 1년에 2~3차례 정도 개최했다면, CK아트홀은 스테디셀러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연을 1년 내내 무대에 올리며 연극·뮤지컬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하지만 CK아트홀측은 코로나 펜데믹 이후 바뀐 공연예술문화와 회복되지 않는 관람객 수 등으로 인한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고심 끝에 결국 공연 사업을 접기로 했다. CK아트홀이 지역 배우 등을 캐스팅한 창작 연극이 아닌 대학로 연극을 가져와 오히려 지역 연극·뮤지컬 등의 창작 활동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부 시각도 있었지만, 문화 불모지였던 울산에서 15년간 꾸준하게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증진시켜줬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지난 8일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25년 지역대표 예술단체 지원 사업’에 참여할 지역공연예술단체 32곳을 발표했는데, 울산에서는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아 씁쓸함을 남겼다.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지원 사업에서 6개 광역시 중 울산만 유일하게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올해 2년차를 맞은 이 사업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일차적으로 선발한 지역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문체부가 재심의를 거쳐 국비를 일부(40~70%) 보조하는 사업이다. 울산에서는 지난해 ‘울산연극창작소’와 ‘사회적협동조합 공연제작소 마당’ 2곳이 선정됐지만 올해는 두 곳 다 서류와 최종 심사에서 탈락했다.

배우 출연료와 무대 설치비 등 최소 수천만원에서 2억~3억원씩 소요되는 연극·뮤지컬 제작을 지역에서 예술인들이 사비로 제작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예술단체 지원사업 탈락은 지난해 연말 울산문화예술회관의 창작문화콘텐츠 공연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에 이어 지역 극 창작 활동을 더욱 위축시킬 수밖에 없는 악재가 될 것이다. 울산은 가뜩이나 연극·뮤지컬 관련 인력 및 창작콘텐츠 등 소프트웨어가 허약한 도시다. 이번 비보들이 이를 더 심화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차형석 사회문화부 부장대우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