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내 삶을 바꾸는 기후테크
2024년은 기후위기의 변곡점이 일어난 해이다. 국제사회가 합의한 1.5℃ 방어선이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62℃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는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고, 우리의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폭염, 한파, 가뭄, 홍수와 같은 기상이변은 빈번하고 강렬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또한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서울은 34일 연속 열대야로 잠들지 못했고, 전국 각지에는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9차례나 송곳처럼 땅에 꽂혔다. 11월에는 기록적 폭설이 이어지며 우리를 긴장케 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협은 자연재해로만 끝나지 않는다. 그 파장은 식량 생산과 산업 구조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경제적 비용은 이미 가계와 기업에 실질적인 부담으로 다가온다. 기후 대응 없이는 지속가능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설계된 현재의 인프라와 시스템으로는 예측을 벗어나는 위기를 감당하기 벅차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임계치에 다다른 낡은 산업화 체제를 서둘러 수선하고 새로운 전환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에 세계는 대전환을 위한 여정에 올랐다. 2024년 세계경제포럼(WEF)은 ‘기상이변’이 향후 10년 내 직면할 인류 최대 위기가 될 것임을 경고하며 과감한 전환을 촉구했다. 국제사회 역시 탄소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화석연료에 기반한 회색 인프라를 친환경 그린 인프라로 전환하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이 여정의 중심에는 기후테크가 있다. 기후테크는 기후(climate)와 기술(techonology)의 합성어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에 기여하는 모든 핵심기술을 의미한다. 경제가 먹고 사는 문제라면 기후는 죽고 사는 문제이기에, 기후테크에 천문학적인 자본과 기술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힘입어 기후테크는 2024년 기준 2경4000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워터테크와 에너지(클린테크), 탄소포집(카본테크), 농식품(푸드테크), 관측·기후적응(지오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혁신적 기술이 탄생하며,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후테크라는 기회의 땅을 선점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경쟁은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새로운 산업 질서를 이끌기 위해 기후테크 역량을 높이고 있다. 지난 2023년 6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2030년까지 기후테크 산업에 145조원을 투자해 유니콘 기업 10개를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후테크 산업의 활성화는 기업과 정부만의 몫이 아니다. 국민의 참여와 관심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기후 위기를 고려한 가치 소비를 통해 기업의 역할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기후테크로 발생할 수 있는 불편함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지혜도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기후테크 경쟁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구체적인 삶을 개선하는 일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는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으며, 북한의 핵보다 기후위기가 더 위험하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와 일상을 위해서라도 기후변화로 증폭되는 불확실성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우리가 축적한 다양한 과학적·공학적 지식, 디지털, 인공지능, 금융, 정책, 제도 등을 결합해 기후테크 발전 로드맵을 수립·실행해야 한다. 기후테크는 기업이 이끌지만 이를 활성화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인식하고, 개인 스스로가 기후위기를 헤쳐가는 주체로서 동참해야 한다. 우리는 인류세의 정점과 기후시대의 시작을 맞이하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 남을 것인가 기후 시대를 개척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갈림길에서 변화를 선택하고 이끄는 주인공은 우리 모두이다. 이제 고민은 필요 없다. 더 늦기 전에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행동을 시작하자. 2025년 새해에는 우리 함께 만들어 갈 희망의 변곡점이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류형주 한국수자원공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