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울산 이공계 엑소더스 정부 심폐소생 통할까

2025-01-13     이다예
올해 울산의 이공계 ‘엑소더스’(대탈출)가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의 신규 연구개발(R&D) 지원 계획이 이공계 인재 이탈을 막고, 지역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정시 결과를 살펴보면 지역 이공계 인재 이탈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인다.

지역에서 유일한 4년제 종합대학인 울산대의 2025학년도 이공계 경쟁률은 2024학년도와 비교해 대체적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7대1의 경쟁률이었던 에너지화학공학부는 올해 2.81대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이른바 ‘전화기’(전자·화공·기계)를 선택하는 학생들이 1년 사이 눈에 띄게 줄어든 대신 전액장학금 등의 혜택이 주어지는 아산아너스칼리지 자율전공학부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4대 과학기술원 중 한곳인 UNIST의 정시 경쟁률도 112대1에서 1년 만에 86.2대1로 낮아졌다.

반면 울산대 의예과 경쟁률은 3.71대1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정시 모집 인원이 늘었음에도 지난해(3.40대1)보다 올랐다.

지역 내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선호 현상이 심화되면 이공계 경쟁률은 계속 낮아지고, 이공계 인재도 부족해지면서 결국 과학기술 경쟁 시장에서도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교육계는 당장 눈앞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예산 지원과 졸업 이후 일자리 문제 해결을 통해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진천 울산대 첨단소재공학부 교수는 “수도권 집중화가 심해진 상황에서 연구비를 빠르게 확보해 고급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한다”며 “올해 상황도 지켜봐야 할 것 같지만,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안정된 대학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계획을 통해 울산대와 UNIST가 정부의 학생인건비 통합관리기관에 각각 선정됐다. 학생인건비 통합관리제는 연구개발 과제 인건비를 개별 교수가 관리하는 대신 연구책임자 계정으로 관리하거나 연구기관 단위로 통합 관리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국가 R&D에 참여하는 울산대·UNIST 석사는 80만원, 박사는 110만원의 인건비를 보장받을 예정이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부가 현장 중심의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고, 인공지능 대전환을 추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계획한 만큼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며 “지자체에서도 울산이 디지털 경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이공계 인재 육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다예기자 ties@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