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영의 버섯이야기(52)]버섯 탐색과 지도를 활용하는 능력
버섯을 탐색하는 사람은 지도를 찾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유명한 산은 등산 지도나 다녀온 후기 등 관련 자료가 많지만 자기가 가고자 하는 산에 관한 정보가 없으면 직접 가보는 수밖에 없고 그러려면 사전에 지도를 찾아보게 된다. 필자는 버섯 탐색을 하면서 지도의 중요성을 실감하였기에 그에 관한 이야기를 새해 벽두에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2014년 국립공원 생물자원조사 균류(버섯) 조사에 참여하면서 국립공원연구원 측에서 지정해 준 지역을 모두 가야 했는데 난감한 것은 길도 없는 곳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다. 버섯 조사 기록장에는 발견한 버섯 이름과 위치(경도와 위도)를 반드시 기록해야 하므로 지도는 필수장비 중 하나였다. 그러나 국립공원에서 제공한 자체 제작 지도는 등산로를 위주로 한 것이어서 지정된 장소를 찾기 위해서는 네이버 지도, 카카오맵, 야후지도 등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필자는 주로 네이버 지도앱을 사용하는데 ‘지도 설정’에서 ‘일반’ ‘위성’ ‘지형’ 중에서 ‘지형’을 선택하고 그 아래에서 ‘등산로’를 선택하면 산과 계곡, 물길을 가장 잘 보여준다. 송이버섯은 소나무가 많은 능선에 나지만 대부분의 버섯은 계곡의 습한 곳에 나기 때문에 계곡에 대한 정보를 많이 주는 지도가 매우 필요하다.
그리고 버섯의 특성상 갔던 곳을 다시 찾아가야 하는 경우가 있고, 지나온 길을 다시 확인해 주는 기능이 필요할 때가 많다. 어렵게 찾은 버섯의 갓, 주름살, 대를 찍었는데 나중에 와서 확인해 보고 그 버섯은 다른 것에 비해 뿌리가 특히 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버섯이 있는 곳으로 다시 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지나온 길을 추적해 주는 해외 앱으로는 ‘트랙미’ ‘트랭글’이 있고 국내 앱으로는 산림청에서 제공하는 ‘산길샘’이 있다. 산길샘의 아쉬웠던 점은 바탕지도로 야후 지도를 사용하였는데 그 지도는 등고선이 세밀하지 않아 필자는 다녀온 위치를 일일이 화면저장으로 표시한 후 집에 돌아와 네이버 지도에 다시 일일이 표시하는 번거로운 일을 해 왔다. 그러다가 작년 10월경 산길샘의 바탕지도가 네이버 지도로 바뀌어 이제는 편하게 사용하게 되었다.
2021년 발간된 <부와 권력의 비밀, 지도력(地圖力)> 이라는 책이 세간에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의 여성 지리학자가 독자적으로 쓴 것인데 탁상공론이나 하는 백면서생이나 AI의 등장을 걱정하는 이들이 추운 겨울에 방안에서 읽어 보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다.
최석영 울산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