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호 칼럼]근골격계 산재환자의 노동능력 회복을 위한 고언

2025-01-14     경상일보

산업수도인 울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산재를 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 사고로 인한 손상도 있지만, 신체부담의 누적으로 인한 근골격계질환 산재 인정이 특히 많은 편이다.

진료 현장에서, 근골격계질환으로 업무상질병 인정을 받은 뒤 일반적으로 어떤 경과를 거치는지 관찰할 기회가 많았던 필자로서는 근골격계질환으로 업무상질병 인정을 받은 이후에 어떤 치료와 재활을 받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을 업무상질병으로 승인받으면 으레 수술로 이어지고, 수술 후에는 통증완화를 중심으로 한 물리치료를 받을 뿐 충분한 운동치료나 재활치료는 거의 받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과정에서 근력·근육량은 수술 이전보다 현저하게 감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재발 방지를 위한 스트레칭 또는 근력강화운동에 대한 교육이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현장에 복귀한 경우, 종종 재발해 재요양을 신청하거나 아파도 참고 지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산재요양시 수술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수술이 남용되는 경향이다. 수술 남용과 재활치료 부재로 운동기능에 후유증이 남게 된 경우 과연 그들이 다시 업무에 복귀할 수 있고 오래오래 노동현장에 남아 더 노동할 수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골격계질환 산재를 통한 휴업요양의 목적은 근골격계질환으로 인한 손상된 노동능력을 다시 회복해 직장에 빨리 복귀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노동능력의 회복과 직장복귀는 잊혀진 채 단순히 통증치료가 연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자는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신청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다음 두 가지를 권하고 싶다.

첫째, 근골격계질환으로 진단돼 산재인정을 받는데 도움을 준 병·의원에서 수술을 권하면, 반드시 다른 병·의원 의사에게도 진찰을 받아보고 거기서도 수술을 권하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암으로 진단을 받게 되거나 큰 병으로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다른 병원에 가서 재확인을 받는 것은 일반화돼 있는데, 산재의 경우에는 근골격계질환으로 수술이 꼭 필요한지 다른 의사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수술을 받는 것은 왜 일까?

우선 어떻게 치료받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고, 또는, 수술을 받아야 산재 요양기간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가 하는 일과 관련돼 생기는 근골격계질환의 경우, 꼭 수술해야 하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수술해도 되고 수술 안해도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자는 이런 경우 비수술적 요법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비수술적 요법이 향후 자신의 건강과 직장복귀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다음으로는 산재 요양기간을 늘리려고 수술을 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도 수술을 받아서 산재 요양기간을 (예를 들어, 두 배로) 늘리는 것이 향후 자신의 노동능력 회복과 직장복귀에 도움이 될지, 산재 요양기간이 반으로 줄지언정 수술을 받지 않고 비수술적요법(재활치료 및 운동치료)을 하는 것이 건강한 노동능력을 오래오래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산재 요양기간을 연장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건강과 노동능력의 유지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렇지 않다.

둘째, 수술을 받은 경우나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하는 경우에도 통증관리를 위한 물리치료는 필요한 만큼만 최소한도로 받고, 오히려 재활치료나 운동치료를 집중적으로 받으라고 권하고 싶다. 통증관리를 위한 물리치료를 계속 받고 재활치료나 운동치료를 소홀히 하게 되면, 오히려 근육량 감소나 근력의 약화를 초래해 몸이 산재 이전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직장 복귀가 더 늦어지고 더 어려워지게 된다.

근골격계질환으로 산재 인정을 받은 노동자들이 적절한 요양 과정을 통해 노동능력을 회복하고, 늦지 않게 업무에 복귀해 최종적으로 오래오래 노동 현장에 남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