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태화강에서 세계로: 울산콘서트홀이 여는 미래
2028년이면 태화강 끝자락에 있는 삼산매립지 위에 세계적 수준의 울산콘서트홀이 건립된다.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태화강이 생명의 강으로 변신한 것처럼, 죽음의 땅이었던 삼산매립지가 문화예술이 가득한 생명의 땅으로 변모한다는 것은 울산시민들에게 놀라운 선물이다.
울산시의 계획안에 따르면 세계적 수준의 울산콘서트홀은 2500석의 공연장과 1000석의 다목적 공연장을 가지게 된다. 현재의 울산문화예술회관은 1555석의 대공연장과 472석의 소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5년 개관 예정인 부산콘서트홀은 2000석의 클래식 전용 홀과 400석의 실내악 전용 공연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발레,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1800석의 대극장과 300석의 소극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과 비교하면 울산 콘서트홀의 규모와 역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새로운 콘서트홀의 건립은 매우 반가운 일이지만, 어떤 목적과 수준을 지닌 콘서트홀을 건립할 것인가에 대한 목표설정이 우선 되어야 한다. 세계적 수준의 콘서트홀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고려 되어야 한다.
첫째, 콘서트홀은 최고 수준의 건축 음향을 갖춘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콘서트홀의 음향은 관객이 공연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빈 음악당,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보우, 미국 보스턴의 심포니 홀 등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콘서트홀은 뛰어난 공간음향 설계로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들 콘서트홀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공간이 아니라, 음악 자체를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 올리는 도구로 작용한다. 울산콘서트홀 역시 세계적 콘서트홀에 비견될 만한 공간음향을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콘서트홀의 음향적 완벽성을 달성해야 하며, 현대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해 다양한 유형의 공연을 수용할 수 있게 하여 콘서트홀의 가치를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콘서트홀은 단순히 공연을 위한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해야 한다. 현대의 콘서트홀은 사용 효율성과 개방성도 중요한 요소다. 막대한 비용으로 건설되는 만큼, 공연이 없는 날에도 시민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공간 활용 방안이 필요하다. 예술 강좌, 전시, 체험행사 등을 통해 콘서트홀이 울산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드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콘서트홀이 시민들의 문화적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플랫폼(Platform)으로 작동해야 하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연령층과 관심사를 반영한 프로그램 구성과 운영을 통해 시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셋째, 콘서트홀은 도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랜드마크로 기능해야 한다. 단순히 콘서트홀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독특하고 상징적인 외관으로 도시를 대표하는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콘서트홀 디자인은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고 관광객을 유치함으로써 문화산업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세계의 수많은 콘서트홀 중에서 이러한 조건을 갖춘 영국 Gatehead시의 Sage Gatehead Concert Hall은 울산콘서트홀이 지향해야 할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다. 게이츠헤드시의 타인강(Tyne River)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곳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음향 성능을 갖춘 1650석의 콘서트홀, 400석의 실내악홀, 300석의 리허설룸과 함께 다양한 문화공간을 갖추고 있다. 이 콘서트홀은 클래식, 재즈, 팝, 록 음악 공연이 가능한 혁신적인 음향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결혼식, 컨퍼런스, 음악교육, 악기연습실,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매일매일 사용자가 넘치는 지역 문화의 플랫폼이 되었다. 물론 타인강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유리와 철제로 이루어진 거대한 민달팽이 모양의 콘서트홀은 건축적으로도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하며,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Sage Gatehead Concert Hall은 약 2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의 재생과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창조산업 분야의 일자리가 대폭 증가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동력이 되었다.
울산콘서트홀이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울산의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건축 음향의 품질,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활용방안 그리고 국내외 성공 사례로부터의 학습과 적용이 필수적이다. 세계적 수준의 울산콘서트홀이 미래 세대를 위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를 잡고, 울산의 문화적 역량을 알리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
이규백 울산대학교 교수 울산공간디자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