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귀농귀촌 꿈꾸는 베이비부머 2년새 절반 뚝
2025-01-15 김은정 기자
이런 상황에서인지, 지역 전원 주택지 곳곳에는 전원주택과 농지를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나 붙고 있다.
실제 울산 울주군 두동면의 한 전원주택 단지에는 초입부터 주택을 매매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몇몇 주택지는 기반까지만 닦아둔 상태에서 몇 달째 공사의 진척이 없다.
빈 농지와 택지뿐 아니라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주택지 앞에도 현 위치 건물을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매매한다는 표지가 붙었다.
3년 전 이곳에서 남편의 정년퇴직 시기에 맞춰 전원생활을 시작한 박순옥(62)씨는 “이전부터 꿈꿔온 생활이지만 살아보니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주택뿐 아니라 전체 면적 330㎡(100평) 남짓의 밭도 매일 같이 관리해야 해 생각했던 평화롭고 조용한 귀촌 생활과는 차이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박씨는 “살다보니 수리·보수할게 많아 몇 년간 집수리만 3번 이상 한 것 같다”며 “사소한 문제로 옆집과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농사가 힘들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5년 전 가게를 준비하며 귀촌한 정모(64)씨도 “비슷한 시기에 다 같이 들어왔다가 결국 매각하고 나가거나 다른 곳에 집을 구하고 별장처럼 쓰는 또래들이 많다”고 말했다.
울산시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울산 지역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년~1963년생) 10명 중 2명 정도가 귀농·귀촌 상태이거나 귀농·귀촌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귀농·귀촌에 대한 계획이 있음’ 응답이 지난 2022년 10.5%에서 지난해 4.8%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이탈이 가속화되며 ‘현재 귀농(귀촌) 상태임’ 응답도 지난 2022년 6.1%에서 4.7%로 감소했다. 반면, ‘계획이 없다’라고 답한 비율은 지난 2022년 68%에서 80.4%로 늘었다.
이들이 지목한 가장 큰 애로사항은 ‘주거 및 생활환경 불편’이 32.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편의·문화시설의 부족’이 27.0%, ‘일자리(소득) 문제’ 24.1%가 뒤따랐다.
이에 신규 유입이 줄어들며 농촌에는 오랜 시간 터전을 두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이미 귀농·귀촌을 한 베이비부머 세대 중 3년 이하인 사람의 비율은 지난 2022년 12.4%에서 지난해 3.5%로 급감했다. 또 귀촌 이후 10년이 넘은 사람의 비율이 지난해 60.3%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울주군 등을 중심으로 울산 내 전원주택 인기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분위기다.
울산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나빠지며 안전 자산에만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이에 따라 요즘 거래되는 매물의 90%가 아파트 매물이고, 시골 주택 매물은 이미 정체된 지 오래다”고 말했다. 김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