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암들 독수리 삼호숲 온다…“사람은 공격안해”

2025-01-15     신동섭 기자
“저희 이번에 이사 왔어요. 저희를 보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천연기념물 제243-1호인 ‘독수리’들이 울산 남구 태화강 일원으로 이사 왔다. 먹이활동을 지원하는 ‘식당’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이전한 데 따른 것이다.

14일 (사)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에 따르면, 겨울 철새인 독수리는 11월께 몽골에서 김해, 고성, 거제 등지로 날아와 월동한다. 이 중에서 울산을 찾는 독수리들은 최대 200 마리 가량으로 관측된다.

독수리떼는 10여 년 전부터 울산을 찾았다. 울주군의 한 돼지농장에서 사체를 인근 산에 불법 매립한 것을 김해로 이동하던 독수리 무리가 발견하고 먹이활동을 한 뒤 매년 일부가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독수리는 몸 전체가 균일한 암갈색에 정수리와 윗목에는 털이 없고, 목 주위에는 특이한 깃이 있다. 몸길이는 1~1.5m에 달하며 수리류 중에서 가장 크고 강한 맹금류다.

독수리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는데, 과거와 달리 로드킬 등으로 인해 생기는 동물 사체를 구·군이 적극 수거해 먹이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이달에만 못 먹고 기력이 떨어져 구조된 독수리가 4마리나 된다.

보다 못한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은 겨울철 울산을 찾아오는 독수리들에게 먹이를 나눠줬고, 최근에는 울산시의 지원으로 독수리 먹이 주기 생태 관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독수리학교와 독수리식당을 울주군 범서읍 입암리에서 운영했다.

하지만 이런 활동은 일대 개발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일부 주민들의 벽에 막혔다. 주민들은 독수리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며 독수리 식당으로 가는 길을 막아섰다. 이순걸 울주군수도 협조를 요청했다.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은 학교·식당 이전 문제로 고민했고, 시가 태화강 삼호숲 일원의 하중도로 학교와 식당을 옮기자고 제안했다.

녹색에너지촉진시민포럼은 올해 초 태화강 하중도에 독수리학교와 식당을 재개장했다. 독수리식당 이전·재개장 소식을 접한 독수리들이 찾아오고 있지만, 이웃 주민들과의 공존은 여전히 숙제다.

까마귀떼에게 구박받는 모습과 달리 초등학생 크기만 한 덩치여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주민들은 독수리가 오면 조류 독감 때문에 감기에 걸린다고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황인석 녹색에너지포럼 사무국장은 “매해 겨울 울산을 찾는 독수리들은 6년 이하의 어린 개체들이며, 동물 사체만 먹는다. 덩치만 크지, 사냥은 할 줄 모른다. 6년 이상의 큰 개체들은 만주로 가지 한반도로 내려오지 않는다”며 “사람들 뇌리에 박힌 맹금류 이미지와 다르게 독수리는 생태계에서 전염병 억제제 역할을 하며,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동섭기자 shingiza@ksilbo.co.kr